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걷기나 등산 혹은 자전거타기를 할 때이다. 그 길이 일방통행이 아닌 이상 가끔씩 서로 자신의 길을 가다가 부딪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는 각자의 통행방법이 한 사람은 왼쪽으로, 다른 사람은 오른쪽으로 가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좌측통행하던 사람이 우측통행하던 사람에게 왜 좌측통행을 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고 상대방은 이런 곳에서까지 꼭 그래야 하느냐며 시비를 벌인다면 두 사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러 나온 기분을 망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사람은 ‘좌측통행’이라고 배운 잘못된 지식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우측통행이면 사람도 우측통행이고 자동차가 좌측통행이면 사람도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관행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달라서 무질서를 초래하고 동선의 교차 때문에 사고의 가능성이 높고 통행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다.
자전거, 오토바이들은 어떤 방향으로 통행을 해야 하는가? 물론 오른쪽 방향에서 오른쪽 갓길로 주행을 해야 고속차량의 추월 시 안전하며 차량소통에 지장을 덜 주게 된다. 그렇다면 인도가 없는 차도에서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보행을 하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답 역시 오른쪽 방향으로 갓길을 따라 보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운전자 입장에서 자전거, 오토바이 또는 보행자 등 서행으로 가는 대상을 추월할 때 그 대상을 포함하고 있는 적당한 크기의 차량을 추월하는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배웠던 사실을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인도가 따로 없는 길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자기 자신이 차량을 운전할 때 마주 오는 보행자나 오토바이를 마주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왼쪽 방향에서 다른 차가 마주 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주 오고 있는 차의 운전 상태에 대한 주시뿐만 아니라 오른쪽 방향에서 마주 오는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의 움직임 역시 철저히 살피지 않는다면 불행한 경우를 겪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보면 ‘사람은 좌측통행’을 너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찰구는 오른쪽에 있다. 인천 국제공항의 출국장에서도 국제관례에 따라 출입문은 오른쪽으로 통행하도록 되어있어 좌측통행을 하던 사람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들어 신체특성, 교통안전, 국제관례 등을 이유로 우측보행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많아졌다. 어느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결과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은 38.5%정도라 한다.
조선총독부가 좌측통행으로 바꾼 것이 1921년 그로부터 86년간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왼쪽으로 걸으며 살아왔으나 이제 이를 바로잡아 오른쪽으로 걷기 운동 캠페인을 벌인다면 예전에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었던 것처럼 큰 비용 없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며 걷기나 등산 혹은 자전거를 타면서 진행방향이 서로 뒤죽박죽이어서 뒤엉켜 혼잡을 이루는 것은 물론 몸까지 부딪치는 것에 대한 불필요한 신경을 쓰는 일이 줄어지게 될 것이다.
남 경 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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