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철도 기적소리가 울린 지 어느덧 108년의 세월이 흘렀다. 1899년 노량진에서 제물포까지 시속 20~30㎞로 달리던 경인선 철도가 칙칙폭폭 기적소리를 내며 시속 100~120㎞까지 속도를 향상시키고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국토를 철도 네트워크로 연결, 대량 교통수송과 국가 대동맥 역할을 다하며 근대화에 이바지했다. 급기야 2004년 4월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도입·운영함으로써 속도혁명을 달성했으며 철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쾌거를 당당히 이룩했다.
경제대국으로 첨단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나라들조차 아직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한반도의 조그만 나라에서 고속철도를 건설, 완벽히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철도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명돼 산업화를 가속화시켜 산업 대동맥 역할을 했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60~80년대는 건설분야 및 산업 발달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철도노선이 깔리고 기적소리가 울리는 지역은 갈수록 발전하고 인적·물적 교류가 왕성하게 돼 산업발달과 정보·물자 교류를 촉진시켜 지역 중심지를 형성, 핵심적 위치로 발전하게 됐다.
지금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를 여행하다 보면 교통수단과 산업경제가 미흡하던 옛 시절이 떠오른다. 기적소리를 들으며 흥분되고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 홍익회 아저씨에게 달걀 한꾸러미와 바나나 우유를 사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었고 차창 너머로는 시골 정경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운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기차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빼곡한 건물과 수많은 자동차에 넋을 놓으며 시내구경을 한 추억이 바로 어제 같다.
이제 우리 고향길은 KTX 고속열차 개통으로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됐고 명절의 교통혼잡도 대폭 줄었다. 점차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확·신속·신뢰성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 속에 때로는 한적하고 여유롭고 낭만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모두 넉넉함과 여유로움 등을 함께 나누고 이웃을 서로 배려하며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기를 바란다.
곽 노 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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