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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공포정치 미얀마 군정>

실권자들 험담시 체포…외국신문 반입도 금지

(양곤=연합뉴스) "택시나 기차 등에서 미얀마 군사정권의 실권자들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거나 체제 비판을 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십시오."

한국 여행객들이 미얀마로 해외 여행을 왔을 때 현지 여행사로부터 꼭 듣게 되는 당부다.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말을 알아듣겠느냐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미얀마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수년간 산업연수를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얀마 주민들은 버스나 기차 등 다중이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 문제를 화제로 삼길 꺼린다. 잘못 얘기를 꺼냈다가 사복 차림의 비밀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신 체제로 살벌했던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떠올리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양곤은 미얀마 최대 도시임에도 특급 호텔에 가도 외국 신문을 찾아볼 수 없다. 미얀마 군정이 작년 5월께부터 외국 신문의 반입을 금지한 탓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양곤 무역관도 국내 일간지를 항공편으로 받아보다가 반입통제 조치가 내려진 이후 신문 구독을 못하고 있다.

반입 차단 조치는 일본의 한 신문이 미얀마 군정을 비판한 기사를 게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군정은 해당 신문 외에 다른 외국 신문의 반입도 함께 금지한 것이다.

민주화 시위 때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끊어놓은 인터넷은 시위 사태가 잦아든 3일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미얀마는 철저한 폐쇄 국가다.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인 태국의 투바나부미 국제공항에서도 미얀마의 화폐인 짜트로 환전할 수 없을 정도다.

미얀마 밍글라돈 국제공항 입국장 구석에 '공식 환전소'가 테이블 하나를 펴놓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그 곳에서 돈을 바꾸는 사람은 사전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소수의 외국인들뿐이다.

고정 환율에 묶여있는 공식 환전소가 재래 시장의 암달러상에 비해 두세배 비싼 값에 짜트화를 교환하고 있어 대부분의 여행객은 환전을 위해 시장을 찾고 있다.

미국 달러든 짜트든 현금을 갖고 있지 않다면 무엇 하나 살 수 없는 곳이 미얀마다. 신용카드는 미얀마에서 무용지물이다. 특급 호텔도 숙박료를 현금으로 요구한다.

미얀마에서는 휴대 전화의 로밍도 안 된다. 국제 전화는 1분에 4~5달러 가량의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나마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속을 태우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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