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열공 세상’

최 운 실 한국평생교육학회장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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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주부’라는 신조어가 인터넷 카페나 신문지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한다. 땀방울 송글송글 맺혀가며 뭔가에 집중해 열심히 공부하는 열공 중년 여성의 다부진 모습이 떠오른다.

필자는 오랫동안 가깝고도 먼 나라, 세계적인 장수국가이자 생애학습의 메카로 불리우는 일본에 갈 때 마다 그들의 “일상 속에 뿌리 내린 열공풍조”가 부러웠다. 수십 년의 연조를 지닌 ‘일본 시정촌 평생학습마을 만들기’ 운동에의 열띤 시민 참여가 부러웠다. 마을 마다 예외 없이 설치되어 있는 공민관(시민관)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똘똘 뭉쳐 눈빛을 반짝이며 열심히 뭔가를 배우는 모습 그리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틈새시간마저도 지나치지 않고 포켓북이나 신문을 꺼내 읽거나 귀에 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중얼거리며 어학학습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이 부러웠다. 어린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만이 아닌 평범한 가정주부나 90대를 넘어선 연로한 노인들마저도 한결같이 “그들만의 열공세상”에 빠져들고 있음이 부러움을 넘어 “무서운 일본인”이라는 두려움으로까지 다가오곤 했다.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천배는 더 강한 위력의 선진 학습시민의 위용과 감동의 학습미학이리라.

그러나 요즘 나는 더 이상 그들이 부럽지도, 두렵지도 않다. 최근 우리 사회 전역에서 파도치듯 확산되고 있는 “열공세상 학습시민”의 모습이 크나 큰 감동으로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학습 유전인자”를 지니고 있는 ‘학습민족’이라는 조금은 과분한(?) 칭송을 들어 온 우리가 이제 다시 학습민족으로 부활하는 감동의 새 학습사를 써 내려가고 있음이다. 학교나 대학, 정부기관, 기업들 뿐 아니라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학습동아리들 모두가 학습의 대열에 나섰다. 70~80대의 글 모르시는 어르신들도 부끄러움 대신 당당함으로 야학이나 문해교육기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시민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여성회관, 문화센터, 대학평생교육원, 사회복지관, 주민자치센터, 평생학습센터 등에서 노트와 프로그램 북을 들고 이리 저리 교실마다 뛰어 다니시는 중년 여성들 노인들의 다부진 열공 모습이 눈에 뜨인다.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열고자 경력개발이나 자격취득 직업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과 중고령층 성인학습자들의 모습 또한 희망적인 학습시민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기를 더해가며 조성되고 있는 전국의 평생학습도시들과 그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뛰는 평생교육사와 자원봉사자들과 학습시민들의 열기 또한 상상 이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도 늦은 시간까지 때론 밤12시를 훌쩍 넘겨가며 공부하는 야간특수대학원과 박사과정의 늦깎이 학생들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하얗게 밤을 새워가며 시간을 잊고 나이든 어른 학생들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 온 종일의 격무와 피로가 만만치 않으련만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졸린 눈꺼풀을 제치고 흔들며 무서운 집념으로 자기개발에 혼을 담는 모습은 가히 상상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미 사회에서 일가를 이루고 상당한 정도의 자리매김을 한 그들이련만, 자신을 가일층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인생의 블루오션을 열고자, 더 나은 제2·3의 리포지셔닝을 위하여, 그들은 지금 목하 열공 중이다. 배움에 있어 그들은 결코 오만하지 않으며 늘 겸손하고 낮은 자리에 임한다. 그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쯤해서 문득 애플사 CEO인 스티븐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사에서의 한마디 “Stay foolish(인생에 있어 약점마저도 환영하는 “바보스러움과 겸손함의 미학”을 견지하라)”라는 충언이 떠오른다. 2007년 위대한 교육민국을 열어가는 학습시민들의 희망 “열공세상” 진 풍경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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