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갤러리, 교정작품 전시회

이 태 희 서울지방교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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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콜슨(Charles Colson)은 현재도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연설가이며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닉슨 대통령의 법률 고문으로 일하며 따뜻한 햇볕과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나,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연방교도소 수형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벼락처럼 모진 충격과 그 깜깜함이 오히려 그의 인생을 구원했다.

복역생활 중 그는 운명처럼 종교를 조우했고 그가 맞이한 신(神)에 힘 입어 세속의 프리즘에 현혹돼 너덜거렸던 마음의 때를 처절한 반성과 참회의 눈물로 씻었다. 그는 다른 수형자들을 위해 궂은 일을 자처했고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생활로만 일관했다.

출소 후에도 ‘교도소 선교회’를 만들어 수형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념함으로써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템플턴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수형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종교 확산을 위해 민간단체인 국제교도소협회(Prison Fellowship International)도 창립했고, PFI 주관으로 지난 2002년부터 회원국들과 함께 수형자 예술작품 전시회를 마련, 해마다 나라를 달리하며 개최하고 있는 등 비범한 삶의 전형을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인생의 순항을 기습하듯 차단하고 선 벽을 향해 소리치고 울부짖는 대신 감옥의 그 벽보다 더욱 견고하게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욕망의 때가 낀 돌들을 하나씩 드러낼 줄 알았던 그 심성(心性)과 지혜를 돌이킬 때 그의 구원은 참으로 의미롭고 찬란하다.

수형자들의 심성 순화와 기능개발욕구 유인 등을 통해 그들의 갱생을 장려하는 수형자의 예술 및 작업작품 전시회는 나라들마다 그 필요성을 인정받아 각국 정부 주관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62년 덕수궁 전시실에서 교정작품 전시회가 처음 열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관심의 원근(遠近)에 개의하지 않고 면면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국무총리까지 개관식 및 시상식 등에 참여하는 범사회적인 이벤트이었던 점에 비해 요즈음은 교정 관계자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듯한 행색(行色)의 초라함과 섭섭함 등에 조금은 힘이 빠지지만 말이다.

올해도 제36회 교정작품 전시회가 오는 22~28일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의 섭섭함을 털어 내기 위해 규모를 크게 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했다. 수형자들의 그림이나 서예 등 문예작품들과 정성들여 만든 가구 등 교도작업제품 1천126점이 선보인다. 작품 하나하나 모두에 햇볕이 그리운 수형자들의 언어와 이야기 등이 진솔하게 새겨져 있으며 버려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땀과 절박한 몸짓들이 가득 투사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부르 튼 그들의 손으로 오늘을 위해 송이송이 소중히 가꿔온 대규모 국화전시회도 같은 장소에 준비됐으며, 교정행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행형의 과거와 오늘 등을 비교하고 그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도록 교정역사관과 희망등대관 등도 특별히 개설됐다.

교정시설이 다만 수형자들의 자유를 빼앗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교정시설이 재활용 불가능의 폐기물처럼 버려지고 내쳐진 것들의 집산지인 양 존재하고서는 우리 공동체 미래는 암울하다. 고독에 몸부림치는 수형자들의 비명 같은 소리에도 한번쯤 귀를 열어주고 그 신산(辛酸)한 삶들의 가슴 한쪽에 아직 죽지 않고 남아있는 깃털같은 희망 하나라도 살랑거린다면 이끌어 우리에게 데려와야 할 것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을 이 땀 젖은 갤러리에서 만났으면 한다. 예로부터 죄수들이 만든 물건 하나 집안에 소장하면 액을 땜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지 않는가. 요즘 기업들의 메세나 역할이 모 여성 큐레이터의 문제로 위축되고 있다는데, 교정작품 전시회야말로 기업들이 당당하게 기여할 수 있는 메세나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니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업의 액땜을 위해서도.

누가 아랴! 이 땀 젖은 갤러리에서 후일 오래도록 기억될 위대한 예술가 한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이 태 희 서울지방교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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