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비둘기

전 동 욱 한국조리사회중앙회 경기도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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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비둘기를 방에 가두고 막대기를 부리로 쪼아대면 먹이가 흘러나오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비둘기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비둘기는 이리저리 돌다 방을 한바퀴 돌고 막대를 쪼았더니 먹이가 흘러 나오자 먹이가 생각날 때마다 방안을 한바퀴 돌고 막대를 쪼았다. 막대기를 그냥 부리로 쪼아도 먹이가 나오지만 비둘기는 자신이 방을 한바퀴 돌고 부리로 쪼아야 먹이가 나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 인간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숫자에 대해 미학적 느낌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아침에 장의차나 돼지 등을 보면 재수가 좋다거나 건물의 4층이 재수 없어 다른 표기를 하거나 아예 5층으로 표기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의지가 그날의 일과 부합됐다기 보다는 재수가 좋거나 나쁘다고 느꼈던 일련의 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믿는 게 비둘기의 행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내가 가족과 사회에 융화되고 주어진 모든 것들을 잘 끌어 나가고 지켜나가려는 자세 없이 그저 좋은 길일에 결혼하고 손이 없는 날 이사를 가고 운세를 돌리기 위해 도장에 획수를 맞추는 점을 찍어대는 것으로 나의 삶이 행복하고 화목한 삶이 될 것이란 이치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밝은 생각으로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시작점이고 길일이며 재수 좋은 돼지를 본 것과 다름 없다. 요즘 세태를 가만히 짚어 보면 모두 비둘기 같은 인간들뿐인듯 하다. 능력이 우선되고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이 좁아 그 마당에 들어 서기 위해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당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등 보다는 학력이나 연줄 등이 아니면 한발자국도 들여놓기 힘들다는 생각을 뿌리 깊이 인식하고 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바로 비둘기를 가둬 놓은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도 마당에 울타리를 치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벽을 허물고 바람결에 날아와 자리를 잡고 알아서 예쁘게 자라는 꽃이 활짝 핀 들판을 만들어 보자.

전동욱 한국조리사회중앙회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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