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로스쿨

백윤기 아주대 법과대학 학장·전 법무법인 두우 대표
기자페이지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블랙홀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음은 상당히 오래됐다. 이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하면서 인구의 48%와 생산기능의 60%가 집중돼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표현인 듯하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정부의 주요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지방에 분산함으로 인해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한 국가의 성장 동력이 한 곳에 집중된다는 것은 장·단점이 모든 지역의 사람이 골고루 경제 성장의 파이를 나누어 갖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수도권 이외의 주민들이 갖는 상대적인 불만은 당연하다. 또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이의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하의 수도권규제정책은 수도권 주민들의 역차별 불만을 낳고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역차별’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차분히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살게 하자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성장이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와 파레토 법칙을 토대로 분배가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 양적인 발전 보다는 질적인 발전이 잘사는 것이라는 가치들이 충돌한다. 만일 수도권은 이미 양적인 성장을 이뤘으니 이제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진심이라면 수도권 주민들 역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겸허히 수용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9월17일 지역혁신박람회에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의 질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역설해 왔다. 그러나 10월30일 발표된 법학전문대학원 선정 방법을 보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것이 단순히 수도권 억제에 귀착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을 고등법원 관할구역을 단위로 5대 권역,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로 설정하고 각 권역 내의 우수대학을 설치인가 대학으로 선정하게 되어 있다. 경기 지역은 고등법원이 없는 이유로 서울권역에 편제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경기도가 서울과 가까이 위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지역인 것은 확실하다. 다시 말해 경기도는 고등법원이 따로 없어 서울까지 가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하고 이에 들어가는 시간과 경비가 따로 드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속해 경기도가 당하고 있는 역차별 중의 하나이며 그야말로 경기도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부 제공 법률서비스가 열악하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고등법원 소재지로 말미암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에서도 경기도가 별도의 권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이중적 부당대우이자 또 하나의 서울과 경기도 간의 역차별이다. 만일 경기도에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되지 않는다면 경기도민들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할 것이다. 또는 자식들을 변호사로 만들기 위해 서울 시민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법률서비스나 법학교육서비스 모두 삶의 질, 소위 후생복지를 가름 짓는 주요 요인이다.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국가균형발전이 수도권 주민들의 후생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이라면 경기도의 인구를 고려해 경기도에 전체 정원의 10%에 해당하는 200명의 정원을 할당, 경기도민들에게 적절한 법률 교육 관련 후생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경기도를 배제한 채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다면 경기도민들은 정부의 지역균형정책이 단순히 경기도 발전 억제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도저히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경기도는 과연 어떤 위치에 서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짚어 보아야 할 때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