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문제 유출 사건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었다.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교육은 교과내용의 암기가 아니라 올바른 정의관과 같은 가치관의 전수이다. 신용불량자 아들에게 신용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려고 이른 아침 아들과 함께 신문을 돌린 어머니는 이런 산 교육을 몸으로 가르친 사례일 것이다. 이번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교육기관에서 실천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장 나쁜 교육을 행한 꼴이 됐다.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허술한 시험관리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다기보다는 여기에 연루된 모든 이들의 이것이 범죄행위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낮았던 탓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에서조차 엄격한 성적관리는 뒷전이고 성적을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미리 문제를 알려주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자녀들에게 유리하도록 하려는 학부모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평준화된 교육환경은 이처럼 문제 미리 알려주기를 더 부추긴 측면이 있다.
수영대회에서 ‘부정출발’ 한 선수가 있으면 다시 출발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김포외고 입시는 문제를 미리 본 적이 없는 다수의 선수들을 다시 출발시키기도 어렵다. 더구나 공동출제 문제가 김포외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번 김포외고 문제유출 사건은 ‘법치’를 어기는 ‘실천’을 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이런 과정을 다시 해결하기 위해 발생할 또다른 많은 갈등과 비용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실 전쟁터에서도 많은 돈을 벌 가능성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상인들이 나타난다. 김포외고의 입시경쟁률이 13대 1이었다고 한다. 이런 높은 경쟁률은 반칙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유혹을 잠재우려면 가혹하다 싶을 만큼 높은 처벌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법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지능적인 화이트칼러 범죄는 감시하기가 쉽지 않고, 성공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철저한 감시로도 이를 예방할 수 없다. 범죄가 발각되면 높은 형량과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래야 들킬 확률이 비록 낮더라도 지불할 비용이 커서 기대비용(들킬 확률 곱하기 들켰을 때 치를 비용)이 기대수익보다 높아 발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독일 등 유럽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도입하고 있는 승차권 검사 방식이 이를 활용하는 사례다. 이번 김포외고 입시유출 사건도 유야무야로 넘어가지 말고 재시험에 따른 비용, 법치의 경시를 가르친 비용, 갈등을 일으킨 비용 등을 모두 감안해 제대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준공검사가 부실했다고 성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공했을 때 회사가 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입시문제 유출 문제도 철저한 출제문제 관리만 강조해서는 효과적인 예방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김포외고의 비정상적인 폭발적 경쟁률은 특목고가 강제화된 고교 평준화 속에서 비평준화된 일종의 명문고이기에 학부모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반영한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나중에 사회에 더 잘 준비시켜줄 차별화된 교육을 원한다. 이제 몇 개 특목고들이 누리던 특권을 모든 학교들에 개방해 각 학교가 그 ‘차별화’를 위해 경쟁해 신흥명문고가 되려고 노력하도록 평준화 교육의 틀과 교육규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과 투자가 비뚤어진 방향이 아니라 실제로 성과를 맺는 방향으로 가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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