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 ‘One Company One Job’

이태희 서울지방교정청장
기자페이지

모든 스포츠는 패자부활전이 주어질 때 그 박진감을 더한다. 한번의 패배에 천착하지 않고 재기의 땀내음을 펄펄 풍기는 활력이 있어 선수도, 관중도 더불어 즐겁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절망의 바닥에 떨어졌어도 고개 쳐드는 욕망이 있고, 게으르지 않다면 찾을 수 있는 짧고 휘청거리는 사다리라도 구석구석 놓여질 때 더욱 살만하고 또 뜨겁다.

그러나 삶이라는 게임은 스포츠 보다는 가혹하다. 출생이라는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출발선의 불공정을 감내해야 하고, 백태클을 주저하지 않는 과격한 반칙의 범람도 이겨내야 한다. 더욱이 가끔은 심판의 휘슬마저 제대로 들리지 않거나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1차전 통과가 그리 만만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일부 심약한 사람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판가름 난 듯한 승패의 예감에 스스로 패배의 지름길로 들어서 버리고, 용감하게 도전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1차전의 현격한 기량 차이에 좌절해 손에 쥐여진 패자부활의 카드와 운명처럼 숨어있기도 할 행운마저 손쉽게 놓치는 우(愚)를 범하곤 한다. 그리하여 패자들은 마음 가득 고인 미련과 아쉬움 탓에 자꾸만 출발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곤 한다. 인생이란 몰입하는 것일지언정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임을 모르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 돌아보지 마라! 인생에는 멀리건이 없다. 언덕으로 튀었든 헤저드에 떨어져 축축하게 머물고 있든 간에 오직 마음 다잡은 세컨드 샷만이 구원이요 부활이다. 세월과 바람을 핑계 삼고 미련을 더할수록 인생의 타수는 자꾸만 뒤땅을 치고 아픔을 배가시킨다. 당면한 시간, 당면한 상황, 당면한 승부에 대한 집중만이 승리를 영글게 한다.

그 놈의 미련 때문에 뒤땅치기로 몸 다쳐 열 받고, 급기야는 금지된 장난으로 승부를 조작하다 퇴출된 무리들이, 삶이라는 멘탈게임의 집중력을 교육받고 몸을 만들며 모여 있는데가 교정시설이다. 이제는 그들도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에 구슬땀을 흘리고 전에는 몰랐던 게임의 법칙들도 하나 둘씩 체득하며 목하 새로운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들을 위한 리그는 이미 없다. 어디에도 준비되고 있지도 않다. 하 오랜 세월의 더께에도 아픈 과거는 가려지지 않고, 같이하던 동반자들의 뇌리에 그들은 다만 다시 보고 싶지도 않은 반칙자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섬뜩한 낙인(烙印)의 그늘은 개심한 출소자들을 인생의 뒤안길로 다시 배회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또 다른 반칙의 유혹에 귀를 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나아간다. 재기의 성공과 실패는 그들의 몫으로 하고 삶이라는 게임의 터를 향한 작은 진입로 하나는 출소자들에게도 열어 둬야 하지 않을까. 범죄문제에 대한 우리 공동체의 한가함이 실로 답답하다.

최근 홍콩에선 18개 모든 자치구에서 교정국과 힘을 합쳐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고용기회제공(One Company One Job)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사회복귀 출소자들과 기업들은 거리에서 서로의 사회복귀와 후원 경험을 홍보·공유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의 참가를 이끄는 등 출소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정부와 사회가 함께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서울지방교정청도 ‘희망등대운동’의 일환으로 이를 벤치마킹, 기업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의 시행, 취업알선 협의회 구성 등 출소자 취업활동들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선량한 시민으로 훈련되고 준비된 자들로만 엄선·추천하고 있으므로 사회와 기업들이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실패에 길들여져 패자부활전마저 놓쳐버린 이 마음 아린 패배자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인생에도 이모작이 가능함을 희망으로 안겨주고 싶다.

이태희 서울지방교정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