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적체를 풀 해법

지난해 11월 안양 구청장 인사와 관련, 안양시 공무원노조가 “경기도의 인사교류 명분의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왜 이 사태가 발생했을까. 경기도는 물론 일선 시·군 공무원들은 모두 다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일선 시·군의 인사적체는 심한데도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15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경기도에선 6∼7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만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적체가 심한데도 경기도는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인사교류 명목으로 일부 간부 공무원 자리에 인사권을 행사한다. 경기도의 횡포다. 승진에 목 말라하는 일선 시·군 공무원들이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경기도내에서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지방자치단체가 안양시와 부천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양 동안구청장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부천시 공무원들도 내심 공무원노조의 입장을 지지했다. 부천시도 경기도의 몫으로 소사구청장과 본청 국장은 물론, 과장급 상당수가 있다. 실례로 9급 공무원으로 시작, 경기도로 전출을 간 공무원은 19년만에 5급 사무관이 됐는데 부천시에서 30년이 지나도록 근무한 공무원은 아직도 6급 주사(팀장)이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경기도 자원인 구청장이 명예 퇴직하고 명퇴수당까지 부천시가 지급했는데 또 다시 그 자리를 경기도가 차지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인사적체가 심한 부천시 공무원들의 불만은 당연한 노릇이다. 자체 인사가 이뤄지면 승진요인이 발생하는데도 경기도는 이 자리를 부천시에 넘겨주지 않는다.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승진을 포기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부천시에서의 공직생활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공무원들은 인사적체가 심하지 않은 일선 시·군에 전출가고자 애를 쓰고 있다. 전출붐까지 일고 있다니 할 말이 없다.

부천시 공무원 조직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부천시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다. 구청이 개청했을 당시 인사담당 공무원들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수백명의 공무원들을 전국에서 급하게 모집했다고 한다. 당시에 모집된 공무원들이 현재 5~7급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나이도 엇비슷하다. 정상적인 피라미드 조직이 아니라 항아리 조직인 셈이다. 이 공무원들이 그만둘 10년 후에는 조직의 공황사태가 생길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인사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부천시는 오는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승진요인들이 많다. 인사풀제도 이뤄진다. 이번 인사에서부터 과감한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사부서에 있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사원칙을 적용받거나 누군가의 로비에 의해 소신과 원칙 등에 벗어난 인사가 이뤄진다면 부천시 인사적체는 요원할 뿐이다.

벌써부터 인사와 관련해 무성한 이야기들이 돈다. 그런데 인사권자인 홍건표 시장은 말이 없다. 아직도 인사(안)를 구상 중에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홍 시장이 인사풀제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도입, 시행했듯이 인사적체를 풀 해법을 이제부터라도 찾아야 한다.

경기도의 낙하산 인사에 마냥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세광 서부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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