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제일 먼저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5개 부처를 없애고 산업은행 등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작은 정부를 주창한 것과도 일관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더 절약해서 가치 있게 쓰려는 것으로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정부조직개편에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기존의 정부조직이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왜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는가하는 근본적 물음을 통해 원칙을 찾고 장기적으로 가야할 목표점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실용적인 고려들, 예를 들어 현재의 조직을 한꺼번에 바꿀 때 나타날 공무원의 일자리와 같은 일시적 문제점들은 사실 정치 현실에 직접 부딪쳐 보지 않고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자 같은 사람들이 조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정치가들이 일종의 예술을 하는 감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왜 정부조직을 개편하는가하는 문제는 몇 가지 조언할 것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의 근본적 이유는 몇 년 전 대구에서 일어났던 개구리 소년 사건을 성찰해보면 드러난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대구에서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실종된 여러 명의 소년들이 변사체로 발견돼 범인을 잡기 위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였으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다. 세금을 받는 기본적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면 국가와 경찰이 체면을 구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명의 보호에 실패했을 때 경찰 예산을 줄여야 할까, 아니면 늘려야 할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면 더 많은 예산을 받게 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예산을 줄이면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려는 동기가 강력해진다는 점에서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가 확실하게 공급돼 더 이상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일을 못할수록 예산을 더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냉전시대 미국의 CIA가 구소련의 국민소득 규모를 과장해 추계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것도 막강한 소련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예산을 더 확보할려는 동기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시장의 경쟁과정은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예산은 절로 더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게 돼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런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개편에 손을 대기보다는 여러 가지 성과지표들을 개발하고 이를 보완하고자 노력했지만 앞에서 지적한 근원적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을 더 가치 있게 쓰기 위해 성과관리를 잘 하려고 하기 이전에 정부조직과 서비스를 개편코자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의 서비스 가운데 시장에서 공급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그리고 정부 기구가 시장의 경쟁과정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각종 정책들은 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발견하고 아울러 질 좋은 교육의 공급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자 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 공정위는 자유거래의 보장을 주 임무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야당에서도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실용적 고려를 해서 실천에 무리가 없는 순서와 규모를 정한다 하더라도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국민의 세금을 가장 가치있게 쓰는 방향을 최종 목표로 삼아 예산을 늘릴지 줄일지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정부조직 개편의 검토 대상으로 정치권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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