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에 대한 교육·교화 및 출소 대상자의 자활·갱생을 지원하는 교정위원제도는 그 오랜 연륜과 역할의 중요성 및 다대한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반에는 크게 알려져 있지 못하다. 또한 허명(虛名)의 윤택에 집착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를 살아서인지 권력기관 쪽의 위원회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해 안달하면서도 교정위원 쪽은 자원하는 사람들이 그리 흔치 못하다. 그러나 세속의 명함에 집착하지 않고도 행복의 공식을 풀어갈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은 언제나 따로 있어 세상의 들숨 날숨이 아직은 쉴만하고, 그런 사람들의 참여와 열정이 모여 교정위원제도는 존속되고 또 발전한다.
교정위원제도의 연원은 18세기 말 자연법사상과 계몽주의 및 기독교 박애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민간단체가 자선적 활동에 나선 것이 그 효시라 할 것인 바, 미국의 위스터(R. Wister)가 1776년 ‘불행한 수형자를 돕는 필라델피아 협회’를 창설함으로써 본격적인 태동을 보였다. 이후 1870년 창립대회를 가진 미국 교정협회가 신행형학에 기반하여 행형제도의 개선을 주창한 이른바 신시내티 선언이 채택된 뒤로 각 주(州)의 교정시설에서 민간참여의 자원봉사 재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접목·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교정에 대한 민간참여는 1945년 광복 이후 소수의 종교인과 독지민간인이 개인적 자격으로 활동하다가 1969년 교화대책협의회, 1970년 독지방문위원회, 1983년 교화협의회 등으로 공식적인 민간참여제도의 설립 및 명칭의 변경을 거듭하다가 1992년 지방교정청연합회, 1998년 법무부 교정위원 중앙협의회가 각각 창설됨으로써 비로소 전국적 규모를 가진 민간교정참여기구가 발족될 수 있었다.
현재 전국의 교정시설에는 수형자에 교화에 뜻을 함께 한 많은 이들이 교정위원으로 참여, 교화위원회, 종교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소속되어 수형자들의 교화, 상담, 신앙지도 및 취업안내 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다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사회 내 다양하게 이름 지어진 일부 모임들의 행태가 그러하듯 얼굴 내미는 것으로 봉사를 치부하는 낭만적(?) 행보가 교정위원에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기의 소명을 깨우치고 묵묵히 땀 흘리며 그 땀에 보람을 가질 줄 아는 고집스런 사람들만 여기에 모인다. 더러는 자신이 돌보고 지원한 출소자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꿋꿋이 헌신하는 모습들을 볼 때, 인생에서 하나씩의 떳떳한 목표가 주어지고 그에 몰입할 수 있음이 곧 행복이라면, 그런 행복은 가슴 따뜻한 사람만이 누려가는 특권이겠다는 생각을 쉽사리 떨칠 수 없다. 현직 장관으로 재임 중인 한 분이 과거 공직을 떠나 있던 오랜 기간 교정위원으로 봉사해 온 것이 화제가 되는 것도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선택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했음에 기인하였으리라 싶다.
법무부에서는 교정위원들의 숨은 공적과 헌신에 대해 해마다 교정대상 시상식을 마련함으로써 그들의 수고를 기리고 격려하는 자리를 갖는다. 올해도 지난 5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26회 교정대상 시상식을 가졌다. 그 날의 수상자는 물론 전국 교정위원 모두의 열정이 같이 하면서 수형자 교정·교화 업무가 부디 크고 지속적인 성과들을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이태희 서울지방교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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