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사회

백윤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기자페이지

6월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아주대학교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벽안의 외국인들은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 속에 같이 숨 쉬고 더불어 생활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개방화됐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예전에는 우리 사회를 관찰의 대상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들이 이제는 스스로 지역화 했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세계화에 발맞추어 대학도 세계화를 지향했다.

이에 따라 연구수준의 세계화, 연구 인력의 세계화, 대학행정의 세계화, 학생의 세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화가 지향되었고, 그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아주대학교 캠퍼스에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화 쪽에만 중점을 두게 되면 대학의 대외적 명예는 높여질지 몰라도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사회 발전에는 관심이 적어 질 수 있다. 지역사회에 기반하지 않는 대학은 스스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대학을 바라보는 지역사회 역시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와 유리된 대학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지역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해 결국 외톨박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대학이 세방화(世方化)니 글로컬(Glocal)이니 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과 함께 세계화를 이루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아주대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해왔다.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동연구를 통해 지역사회 산업발전에 참여해 왔으며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건강강좌나 교양강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학축제인 원천대동제가 열릴 때에는 아주대 삼거리의 차량을 통제하고 아주대길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를 진행, 시민과 더불어 호흡하고자 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도서관, 체육시설, 학생식당 등의 개방과 관련해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나아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이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법조인을 배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호흡하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실시 중에 있다. 이미 중소기업법무센터를 개원해 실무와 이론적 배경을 탄탄히 갖춘 전문가인 전공교수들이 중소기업법무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상담을 무료로 해오고 있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 중소기업법무와 관련한 좀 더 심화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실무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되면 학생들은 인턴쉽 또는 익스턴쉽의 형태로 기업체에서 법무실습을 행하며 시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도 아울러 행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과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서울로 가지 않고 자연스레 지역사회에 동화될 수 있는 여건이 이루어 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학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도 법학전문대학원의 성공을 위하여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학은 지역 속에 존재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백윤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