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과거와 소통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꿈꾼다.”
1990년대 이후 대만영화의 전성기를 일궈온 리안(李安)과 허우 샤오시엔(侯孝賢), 에드워드 양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2회 대만영화제’에 16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이번 상영작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만의 다양한 모습을 각각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들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 해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낸 에드워드 양을 추모하며, 대만 현대사회 도시인들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그의 주요작 ‘청매죽마’, ‘공포분자’와 그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이 상영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동동의 여름방학’에서 ‘쓰리 타임즈’에 이르기까지, 에드워드 양의 평생지기였던 또 한 사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의 대표작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색, 계’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만 출신의 또 다른 국제적 작가 리안의 대만 시절 대표작인 ‘쿵후선생’,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등 아버지 3부작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랑 차오 세대 이후의 대만 영화로는 극장과 영화의 운명과 흥망성쇠를 다룬 대만 뉴웨이브의 계승자 차이밍량 감독의 아름다운 작품 ‘안녕, 용문객잔’과 더불어 2005년에 소개하지 못했던 그의 최근작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가 함께 상영된다.
이 밖에도 최근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세 편의 다큐멘터리 ‘비바 토날: 댄스의 시대’, ‘마지막 농사꾼’, ‘점프 보이즈’는 대만 뉴웨이브의 역사, 사회적 문제의식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젊은 대만영화의 저력을 보여준다.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만 뉴웨이브 영화제는 ‘한 도시, 세 가지 이야기’라는 주제로 대만의 세 거장 허우 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의 대표작들을 총 망라해 국내 대만 영화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었다.
한편 이번 대만 뉴웨이브 영화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부산시네마테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거장들 작품 ‘한눈에’
에드워드 양 ‘청매죽마’(1985)
전통적인 방식으로 방직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룽은 어릴 때부터 사랑해온 오랜 연인 슈첸과 동거 중이다. 야심만만한 커리어우먼이 된 슈첸은 아룽의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과거 그가 바람을 피웠던 기억으로 두 사람의 생활에 차츰 지쳐가고 있다. 한편 사업에 실패한 슈첸의 아버지는 재기를 꿈꾸며 은근히 아룽과 슈첸의 재정적 도움을 기대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자리잡은 권태와 가치관의 차이는 점차 두 연인의 관계에 위기를 불러온다.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타이페이 3부작’의 첫 작품이다. 1985년 로카르노영화제 평론가협회상 수상.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2000)
컴퓨터 회사에 다니다 직장 생활의 위기를 맞은 아버지는 첫사랑과 재회한다. 종교를 통해 공허한 삶에서 벗어나려는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딸은 첫사랑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덟 살의 양양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노쇠한 할머니는 심장쇼크 후 몸져누웠고, 신혼인 삼촌은 벌써부터 가족과 마찰을 겪는다. 3대에 걸친 인물들을 통해 에드워드 양은 삶과 시간, 동시대 도시의 풍경을 세심히 엮어 나가며 존재의 복잡함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2000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허우샤오시엔 ‘비정성시’(1989)
일본치하 시절 건달이었으나 음식점을 경영하던 임 노인은 큰 아들 문웅에게 가게 운영을 넘긴다. 그의 둘째 아들 문용과 셋째 문량은 징용에 끌려가, 의사였던 문용은 행방불명 되고, 문량은 정신이상자가 되어 돌아온다. 귀머거리 넷째 아들 문청은 사진사. 영화는 문청의 필담과 그의 연인이자 막역한 친구의 동생 관미의 내레이션과 편지, 자막으로 전개된다. 1947년 2·28 사건이 터지자 문청의 친구는 국민당에 저항해 빨치산이 되고, 문청도 붙잡혀 고초를 겪는다. 그리고 큰형 문웅은 상권을 둘러싼 싸움에서 살해되고, 문량은 정신병이 재발하며, 문청은 실종된다. ‘대만 현대사 3부작’의 첫 작품으로 허우샤오시엔은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 세계적인 거장으로 부상했다.
리안 ‘쿵후선생’(1991)
중국 대륙에서 살던 노인 주 선생은 미국 여인과 결혼한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다. 주 노인은 소일거리로 취미학교에서 쿵후를 가르치고, 요리 강의를 맡고 있는 진 여사를 알게 되면서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 어느날 주 노인은 혼자 산책을 나갔다가 길을 잃고, 그 일로 아들과 며느리가 크게 다툰다. 주 노인은 경찰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감기에 걸려 학교를 며칠 동안 나가지 못한다. 그 사이 진 여사는 딸을 좇아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학교도 옮기게 된다./윤철원기자 y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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