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시대의 도래

이인석 인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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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다. 전쟁이나 혁명 상황이 아니고서는 며칠 사이에 수십 달러씩 가격이 뛰어 오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는 현실로 나타나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0달러 유가시대를 예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비상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가가 150달러를 넘게 되면 우선 승용차 요일제 운행 등 민간부분의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70년대 1·2차 오일쇼크에서 경험했듯이 고유가는 필연적으로 경제성장 하락과 무역적자, 고물가와 고실업을 몰고 온다. 때문에 에너지 절약은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이면서 석유소비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 과소비국가이다. 특히 산업부분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80년 48%에서 53%로 오히려 늘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독일의 24%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 역시 80년 73.5%에서 지난해에는 96.6%로 늘어났다. 대체 에너지, 재생 에너지 개발 등으로 석유의존도를 줄여온 선진국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 온 것이다.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의 매장량은 점점 고갈되어 머지않아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이다. 20세기 인류문명을 꽃피워 온 석유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고, 석유를 21세기 인류의 재앙으로 꼽는 비관론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5년 안에 제3차 오일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지난 30년간 공회전 하듯 제자리를 맴돌았다.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쪽이었다. 탈석유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과 함께 산업구조 개편, 대체 에너지 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에 국력을 모아야 하겠다.

이인석 인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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