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선진화는 최우선 국정과제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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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와 공정성의 원칙을 바로 세울 때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우리는 지난 정부의 좌 편향적 시책과 코드인사, 아마추어리즘과 포퓨리즘으로 인해 훼손된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과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 복구되기를 기대했다. 더 이상 배타적이며 전투적인 코드문화로 인해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주의가 농락 받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질서가 존중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인간존중의 정신을 기본으로 삼으며, 나와 생각이 다른 타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개인주의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한다. 모든 시민은 개개인 각자가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기표현이나 행복추구권은 법치주의의 보호를 받는다. 법과 질서의 보편적 가치와 공정성의 원칙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흠집 내려는 친북 반미 종북주의자뿐 아니라 FTA 개방경제를 거부하는 반기업, 반시장주의자까지도 존재한다. 이들은 민중, 민족, 통일의 문화코드로 무장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개방성을 악용하여 법과 질서를 파괴함으로써 자기들만의 집단적 동질감과 문화정서를 폐쇄적으로 공유한다. 이들은 문화적 헤게모니를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개인주의를 신봉하는 민주시민을 패거리 난동으로 집단공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타적 문화집단주의는 마오쩌둥식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킨다. 이를 방치하는 한 우리는 성숙한 개인주의에 입각한 건강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없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근대화와 민주화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화의 문턱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고 있을까. 성숙한 개인주의가 뿌리 내리기 힘든 권위주의와 집단주의의 부정적 문화 때문이다. 우리는 연이어 불거지는 미숙한 통치행위와 정부 인사논란에서, 방황과 혼란의 정치 현장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PD수첩의 진실 공방에서, 퇴영적인 독단과 자만의 권위주의를 본다. 병적인 문화집단주의의 추한 얼굴을 본다.

방송과 인터넷,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미디어를 문화집단주의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세력이 온 사회를 불신과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 동안, 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 하고 있다. 현 정부는 예컨대, 당장 시급한 현안인 문화집단주의에 대처하는 근본대책을 국민에게 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작 중요한 것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 국민들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이명박 정부 스타일의 코드인사에 대한 논란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한탄이다.

이같은 난맥상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코드인사나 아마추어리즘과 포퓨리즘 같은 무정견을 털어버리고, 정부 운용의 전 부문에 걸쳐 법치주의와 공정성의 원칙을 바로 세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야 경제 살리기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비쳐진 독단과 자만의 권위주의를 경계하고, 반민주적인 문화집단주의를 추방하는데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선진화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영의 경륜과 비전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에게 분명한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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