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떻게?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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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학부모들로부터도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는가와 같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을 받고, 모범답 같은 대답은 하면서도 스스로 답답해 옴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걸 ‘왜’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 보면 상당 부분 고민이 해결될 법도 한데, 우리 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습관처럼 ‘어떻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고 방식들이 그동안 우리의 주입식 교육, 상명하복의 관료 문화의 영향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는 일의 필요성과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진방법의 탐색 과정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적절성과 효율성이 중시된다. 그러나 ‘왜’를 간과한 채 ‘어떻게’에 집착하다 보면 효율성이라는 마력에 이끌려 단기간에 결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조급성에 빠지거나, 일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 추진하거나, 내실을 기하기보다 외양의 분식(粉飾)에 치중하기 쉽다.

사실 ‘왜’라는 사고는 어찌 생각하면 거추장스럽고 때로는 일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경우도 있다. 특히 신속성을 숭배하는 사회·문화의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왜’라고 들추기 시작하면 나아가는 한 발 한 발에 생각이 끼어들어 더디고, 어떤 경우에는 하려는 일 자체의 목적 및 필요성이 뿌리 채 뒤흔들려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왜’에 바탕을 두지 않는 ‘어떻게’는 그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왜’는 ‘어떻게’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 본질적인 의문이다. 본질적인 물음은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속에서 가능하다. 또한 본질적인 물음은 주인의식, 주체의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로 한다.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일괄작업 과정에서는 ‘어떻게’라는 의문조차 불필요하다.

교육의 화두로 삼고 있는 자율과 창의력의 배양은 우리 사회의 사고하는 방식의 변화가 병행될 때 가능해지지 않을까. 학생이나 학부모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좀 엉뚱하게, 공부를 왜 하려고 하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자신있게 권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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