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농촌체험

서정석 경기농협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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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3대(代)를 거슬러 올라 가면 조상의 생업이 주로 농업, 즉 농업인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은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농촌을 생각하면 고향의 향수가 일어나고 그 향수는 바로 가축울음, 새소리, 시냇물과 바람소리 등 자연의 음향과 함께 열 두 폭의 농가월령도(農家月令圖)가 파노라마처럼 뇌리에 떠오른다.

그 시절, 농촌에서의 농번기는 아이들도 들판에 나가 들일을 거들고, 농한기 어른들은 새끼 꼬기, 가마니, 멍석 만들기 등의 부업을 하는 등 바쁘게 살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루 세끼 먹을 것을 걱정하고, 특히 보릿고개라는 춘궁기의 궁핍함은 지금의 아이들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서려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동화되서 온갖 개구쟁이 짓을 하던 동무들, 두레·품앗이 등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인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떡이라도 하는 날에는 아이들이 동네에 떡 나르기 바빴던 인심, 조금이라도 특별한 음식을 하면 맛 좀 보라며 울타리 너머로 한 접시 넘겨 주던 이웃들의 정은 요즈음의 아파트 이웃들이 얼마나 삭막하게 사는가를 가늠케 한다.

이제 아이들의 방학이다. 때를 맞춰 부모들도 휴가를 낸다. 근래엔 상당수의 부모들이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을 해외로 어학연수 보내는 등 글로벌 아이로 키우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아이들 자신이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좋은 일인 듯 싶다.

그래도 씨 뿌려 거두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아직도 살아 숨쉬는 인정미를 느끼며, 자연과 동화하여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아 보는 자연 친화적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며칠간의 농촌체험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연의 소중함과 전통 문화와 인정을 중시하는 사상을 좀 더 폭 넓게 갖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들의 농촌 체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등 관계기관에서 대상마을 또는 농가를 선정하고 농사, 음식만들기, 자연생태, 호기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소요 비용도 저렴하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자녀에게 자연과 함께 한 우리 세대의 동심을 심어 주는 것 또한 보람있는 휴가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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