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정책의 허상

이인석 인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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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권의 볼모가 되어 대기업 공장이나 대학의 신증설이 막혀 있고, 일반 기업도 공장총량제 때문에 마음대로 공장을 세울 수가 없다. 수도권을 억제해야 지방이 발전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논리를 이용하여 대선 때마다 정치인들은 비수도권의 표를 얻어내곤 했다. 그 결과 국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되고, 이로 인해 부각된 경제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지역간 대립, 갈등이 증폭되어 왔다.

수도권 규제는 도시의 발전 법칙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는 2차 산업과 3차 산업의 밀집지역으로 집중과 확산이 거듭되면서 발전한다. 지난 반세기 수도권의 성장은 이러한 도시발전 법칙이 걸어 온 길이다. 공업도시였던 서울은 서비스업의 중심으로 변모하고, 대신 제조업은 경기·인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지금은 수도권의 제조업 비중이 떨어지고, 생산지의 비수도권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06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울산에 이어 충남과 전남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철강산업이 몰려 있는 충남은 지난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3만달러를 넘었다. 경기와 인천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도시발전이나 지역간 경제격차의 법칙을 무시한 수도권 규제는 오히려 경제적 낭비, 지방주의와 분열주의를 조장할 뿐이다. 이미 지역간 상호 의존, 협력 관계는 존재하기 어렵고, 정부는 지도·조정 기능을 잃어 버렸다. 국익 보다는 지역 이익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분명히 수도권 규제 정책은 국가의 균형 발전보다 분열을 촉진시킨 면이 더 강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 규제를 망국적 정책이라며 연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에서 보면 호랑이로 보일지 모르지만, 글로벌 경제의 눈에 비친 수도권은 토끼에 불과하다. 밧줄을 풀어 수도권의 손발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격랑을 헤쳐나갈 유일한 길이다.

이인석 인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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