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수월성 추구

이구남 도교육청 영재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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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시간에 수준별 학습지를 내어 주었는데 기운이가 장난을 하고 있길래 손바닥을 살짝 때렸죠. 그런데 그냥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기운이는 이미 주어진 학습량을 모두 하고 할 일이 없었던 것이죠. 기운이에게는 정상적 학습진도가 불필요할 정도예요.” 우리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 교실에서는 3가지 유형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아이들을 학습정상아라고 하고, 빠른 학습력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영재 가능아라고 한다.

선천적 지적 능력이 결핍되어 있는 학습지진아와 특정요인에 발달이 늦어지는 학습장애아 등이 있다. 선생님들의 마음이야 모두 바른 품성과 높은 학습 성취력을 기르게 하고 싶기야 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교실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잘 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 보다는 그저 평범한 수준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게 되었고 영역별 특별한 영재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영재라고 간판 붙여진 곳으로 희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은 이러한 평준화 실험대에서 사교육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즈음 회자되는 수월성교육은 특별히 선택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성향에 따라 학습 성취도를 높여 좀 더 나은 학습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학습 그룹을 만들어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일까?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습 부진아 구제를 위한 특별 교사제 운영이나 다양한 경험을 촉발할 수 있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매우 환영 받을만하다. 그러한 반면에 그동안 소외 되었던 영재학급 운영이나, 지역적 여건이나 주변 환경으로 우수한 학습 프로그램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선택형 창조교실의 문을 열어 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교육의 수월성 추구는 이제 평준화의 실험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방향으로 정착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변화가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 밝은 경기교육의 앞날에 희망을 갖게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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