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보는 눈

최태열 경기경제단체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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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지 한 달이 지났다.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 투입이 결정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 다시 활화산처럼 분출할지 모르는 위기 앞에, 자고나면 간밤에 벌어진 미국 경제뉴스부터 찾게 된다. 다우존스 지수, 국제 유가, 금값 등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가슴 졸이며 TV를 켜는게 이젠 습관화됐다.

한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은 미 금융계의 위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과도한 시장방임이 금융자본의 탐욕과 불투명을 심화시켜 위험을 제어할 수 없는 파국을 초래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금융자본주의의 종언 혹은 신자유주의의 종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규제없는 시장경제는 가장 이상적인 글로벌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의 퇴장까지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경제학자들이 바빠진 것은 그렇다치고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닌 미국 경제는 이미 한국 경제에도 발등의 불로 번졌다.

달러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은행과 기업들이 동시에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써야 할 돈도 쓰지 않아 자영업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기의 전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부와 전문가들조차 혼란에 빠져 있는 마당에 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다만 이 대목에서 경제학자 케인즈의 통찰(洞察)을 꼭 들려주고 싶다. 케인즈는 ‘경제에서 기대는 스스로 실현하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즉 낙관이건 비관이건 경제적 기대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는 뜻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경제적 위험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은 그 공포를 현실화하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경종이다. 이왕 발생한 위험 앞에서 과도한 공포감에 휩쓸리지 않고 조심스런 낙관을 공유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모든 경제 주체가 위기를 두려워하기 보다 비구름 뒤에는 반드시 쨍하게 볕이 난다는 확신을 갖고 주어진 경제활동의 몫을 다 해야 할 때다.

최태열 경기경제단체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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