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되고 이에 대한 심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 1조6천174억원, 기금 1조1천498원 등 2008년도 재정 대비 5%를 증액한 2조7천672억원의 예산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예산안의 규모가 2009년도 총재정안 273조8천억원의 1.01%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예산안 내역을 보면 문화예술진흥, 체육, 관광사업의 3대 부문 정책 수행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총재정 대비 문화예산 1%를 편성하고, 이를 크게 홍보한바 있다. 물론 예산의 내역은 문화예술진흥, 체육, 관광으로 되어 있었다. 국민들은 그때 프랑스의 문화부 예산이 쟈크 랑 문화부 장관 때 정부예산 1% 편성 목표를 달성했던 사실을 떠 올리며, 우리나라의 문화예산도 선진국 모형을 닮아 간다고 환영했었다. 그러나 프랑스 문화부 예산은 거의 전액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정부나 현 정부의 총예산 대비 문화예산 규모 1%는 실제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정부의 예산이 프랑스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정부 예산 규모가 프랑스와 같은 비중에 이르렀으면 하는 것이다.
금년 들어 어려워진 경제가 내년에 좋아질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우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것이 당면한 최대의 국가적 과제가 되어 있는 판국에 문화예술 예산에 대한 언급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개인 가계의 경우, 살림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문화비 지출을 줄이게 된다. 정부 역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예술 예산을 우선 삭감하고 본다. 그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예산을 언급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의 본질이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세계질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석학들이 이미 예견한 바와 같이 군사와 경제를 축으로 삼는 구시대 패러다임이 물러가고, 지식 정보와 창의성의 원천인 문화예술의 우열에 따라 국가의 경쟁력이 서열화 되는 신 세계질서 형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한 발 더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나라의 경제 사정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각국 경제의 큰 흐름과 함께하고 있다. 정부는 마땅히 당면한 위기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나라의 미래 비전과 국가 경쟁력을 반석 위에 올리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이 같은 맥락 위에서 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2009년도 문화예술예산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가계의 문화비가 줄어드는 만큼 정부는 그 부족함을 보전해 주는 책무를 질 각오에 차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의 활력을 유지함으로써, 문화예술의 힘이 곧 국력인 21세기를 대한민국의 시대로 만들겠다는 국가경영의 의지를 펼쳐야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제시한 새 정부 문화정책의 목표는 ‘품격 있는 문화국가, 대한민국’이다. 새 정부 문화정책은 국민 모두가 생활 속에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문화를 통해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는 정책의지를 담고 있다. 이 정도의 정책의지는 평상시의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사적 전환의 시대에 대처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문화예술정책에 관한 보다 적극적이고 담대한 경륜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경륜이 정부의 내년도 문화예술예산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지자체의 문화예술예산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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