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이 주는 행복찾기

어윤덕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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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쌍소 (Pierre Sansot)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에서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이 곧 발전이라는 사회의 보편적 룰을 벗어나 ‘느림’의 철학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태나 일탈이 아닌 ‘여유로움’이라는 내적 통찰을 의미한다.

‘느림’이라는 태도는 빠른 박자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과 스스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느림에 대한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인간의 삶과 풍요는 결코 기계문명에 의한 ‘스피드’가 아닌 자연과 인간의 ‘느림’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치따슬로 운동’이 그것이다. ‘치따슬로(cittaslow)’란 슬로시티(slow city)의 이탈리아식 표현으로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끼안티 시가 인근 몇몇 소도시와 함께 물질과 기계문명이 중심이 되어 환경과 전통이 파괴되는 마을이 아닌 인간과 자연, 그리고 마을의 고유전통을 되살리며 세계인과 교류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현재 12개국 102개 도시가 치따슬로 연맹체에 가입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전라남도 4곳(신안군 증도면·완도군 청산면·장흥군 유치면·담양군 창평면)이 치따슬로로 지정되어 있다.

치따슬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느린 삶의 모습은 자동차 덜타기와 제한속도 지키기, 걷기, 자전거 타기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절전과 절수(reduce), 쓰레기 덜 버리기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recycle), 이면지 종이쓰기와 종이냅킨 대신 손수건 쓰기(reuse)의 ‘3R’ 운동의 실천이 생활화되어 있다.

인천은 옹진, 강화 등 섬이라는 고유한 문화 및 생태자원과 근대 역사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한 도시이다.

이러한 독특한 생태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가진 인천의 특정 지역에 치따슬로의 컨셉을 도입하여 느린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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