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배려

장호철 경기도의회 의원
기자페이지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문자 그대로 ‘장애 또는 장벽이 없다’라는 뜻으로 무장애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몸이 불편한 자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심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시 ‘베리어 프리 디자인’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일본, 스웨덴, 미국 등을 거쳐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으로 세계 곳곳에 확산되었다. 최근 조선대학교 건축부 학생들이 무장애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호평을 받은 사례가 화재가 되기도 했지만 무장애 도시를 만들자는 운동은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보편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근래에 들어와 발표되는 신도시 개발, 뉴타운 조성 등도 예외없이 모두 무장애 도시 건립을 표방하고 있다. 늦은감은 있지만 아주 당연한 조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보다 중요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어 최근 겪은 체험담을 소개한다.

얼마전 늦은 밤길 공사장 옆 계단을 내려갈 기회가 있었다. 급한 경사라 주민들 이용에 편리하게 나무계단을 만들어 말끔하게 정비해 놓은 모습이 보기에 좋아 유쾌한 기분으로 내딛는 순간 하마터면 앞으로 곤두박질 칠뻔 했다. 조명이 없는데다가 무늬목 색깔인 계단 발판을 모서리가 쉽게 식별될 수 있도록 구분하지 않아 모서리 부문과 아래 발판을 동일한 높이로 인식하면서 헛디뎌 중심이 흐트러져 일어난 일이었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문뜩 이래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만 밝혔어도, 모서리 부분을 구분할 수 있도록 노란색이든, 흰색이든 칠만 해놨어도 이렇게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도시를 만들고, 뉴타운을 조성하는 거창한 개발,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소중한 것은 일상생활속의 사소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며 미세한 부분까지 마음을 쓰는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조금 더 살펴보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작은 예산으로도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꽤나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어려운 경제난국을 맞이하여 그 어느때 보다 도민들의 아주 작은 마음까지 읽고 그에 화답하는 세심한 배려가 절실한 때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