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협력’만이 살 길이다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기자페이지

미국의 뉴욕에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당연히 기축년 새해의 화두는 경제 회복이다. 그런데 제시된 해결책이라고는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 외침과 ‘위기는 기회다’라는 몇몇 기업인들의 의례적 선언뿐이다. 정부는 열심히 시장으로 흐르도록 돈을 풀었지만 그건 고스란히 은행으로 직행하고, 시장에는 거의 돈이 돌지 않아, 소비는 바닥에 있다.

지난 1997~1998년의 외환 부족으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경제위기와 작금의 경제 위기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1997년의 위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집중되었던 것인데 비해, 현재의 위기는 그 어느 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총체적 위기라는 것이고, 우리의 경제가 그때보다 규모도 커졌고,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이 부딪히는 실물경제 상황은 여러 가지 지표가 보여 주듯이,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차이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결집, 열정 그리고 희망의 강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1997년의 위기 상황에서는 불과 수개월 만에 20억불이 넘는 금을 모았고, 노조도 지금보다는 훨씬 협조적이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회적 열정과 공감대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지금의 경제 위기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 근거한 상대적 안도감 때문인가 아니면 희망을 접은 포기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출범 전부터 인사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졌고, 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였지만, 수개월간 갖가지 사회적 불만 표출의 대상이 되어 곤욕을 치렀고 겨우 벗어나려는 시점에서 경제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고 당선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일 년간 경제에 관해 두드러지게 한 일이 없다. 운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고 국민들을 결집하고 이끌 정치력이 없는 것인지.

그런데 지난 1월2일 대통령의 밋밋한 신년 연설문 중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 국민 여러분의 여망인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구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작금의 경제 문제가 누적된 결과이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행보가 영 미숙하기 짝이 없다.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드러눕고 투쟁하는 국회의원들을 전혀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자기반성 없이 국회만 탓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비판은 적절하다.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를 탓할 일이 아니고, 어쨌거나 선거를 통해 뽑힌 국민의 대표들에게 읍소하여, 협력을 구하고 사회적 결집을 촉구해야 할 일이었다. 국회가 지금처럼 난장판이 되어버린 것은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대통령 자신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사회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돌아보면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정부가 새 사업을 벌이고, 자금을 시장에 부어 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 극복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가 어떻게 경제건설을 했는가를 보자. 오랜 정쟁 끝에 등장한 박정희는 북한과 그 종류는 다를지라도, 국민 총 동원령을 내려 경제를 만들어 냈다. 한국 사회의 현 수준에서, 더 이상의 그런 강제적, 강압적 동원은 가능하지 않으므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엎드려 읍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 대통령이 성공 가도를 걸었던 ‘밀어부치기’ 식의 경제정책과 정치가 통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나는 내일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납작 엎드려 협력을 구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21세기 한국사회의 정치력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