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냐? 언론이냐?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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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한 여야 충돌로 국회가 파행으로 얼룩지고, MBC를 비롯한 언론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단 국회도 파업도 잠시 정상화되었지만, 2월에 다시 논의될 예정이어서 또 한번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의 근본원인에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문과 방송의 소유 경영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규제를 완화하여 미디어 산업 전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문과 인터넷이 융합되는 등 미디어 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책과 규제는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신문사가 보도 채널을 운영하게 하고,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대기업에게도 어느 정도 길을 터주어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방송 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야당은 신문사가 보도 방송 채널 사업에 진출하거나 종합 편성 채널 사업에 진출할 경우,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저널리즘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까지 그러한 방송 사업 진출이 허용될 경우 사회적 책임은 약화되고, 이윤 추구 동기가 강하게 되어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은 개념부터 다른 용어를 사용하게 한다. 한편은 미디어라고 부르며, 다른 한편은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도 맞고, 언론도 맞다는 데 있다. 신문과 방송은 모두 미디어이자 언론이다. 우리는 신문을 이제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전화 사업을 하던 기업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간에 융합이 다양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로 미디어냐 언론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미디어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지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위에서 우리는 미디어와 언론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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