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화사한 4월의 첫 주말이 지나갔다. 따스하고 반가운 봄볕이 때마침 식목일을 맞은 시민들을 교외로 불러냈고, 하루 종일 공원과 도로에는 사람과 차들이 넘쳐 났다. 지극히 평화로운 주말 풍경이었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켜자 달라졌다. 저녁 뉴스가 비춰주는 주말 풍경은 사뭇 긴장되고 살벌했다. 평소 30분을 잘 넘기지 못하던 주말 뉴스가 40분이 다 되도록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소식만을 격한 어조로 반복하고 있었다.
솔직히 매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필자가 당황스러웠던 것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아니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과 언론의 반응 사이의 엄청난 차이, 그것이 당황의 이유였다. 다만 이 느낌을 ‘당황’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왜냐하면 뉴스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우습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암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의 반응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도쿄 시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내다 놓고 요격을 하네 마네 하면서 북한 로켓의 주가를 한껏 올려 놓더니, 전날(4일)에는 오보 소동으로 식전 리허설 대행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본의 반응이 아니라, 일본의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도쿄의 방위성 앞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앞에서 도쿄 시민들은 처음 보는 요격 미사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니 말이다. 일본의 경우가 우리보다 좀더 극적이긴 했지만,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보인 반응의 차이는 일본에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정부가 내 놓은 카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리 저리 상황 봐가면서 둘러친 언론플레이도 아니고, 외교 수장이 직접 공언을 했다. 쏘기만 하면 당장 가입을 하겠다고 먹히지 않을 것이 뻔한 엄포를 늘어놓았다. 아마도 외교부 수장이니 더 잘 알고 있겠지만, PSI가 무엇인가? 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하여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전시가 아니고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구상이다. 만일 자그마한 규모라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몰고 올 정치, 경제, 외교적 파장은 우리 정부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을 현저히 넘어서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그 상황에서 PSI라니. 북한에게 겁을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겁을 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것인가.
그나마 ‘북한이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는 대통령의 의외의 발언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NSC 소집에 앞서 행해진 식목일 기념 식수 행사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고, 실제로 NSC에서도 PSI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미국의 향후 대응 방침에 대한 진전된 이해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세운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조가 식목일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오버’하는 정치인, 언론인들을 지속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이런 민감한 사안을 두고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눈에 보이는 ‘오버’를 할 때는 그 뒤에 다른 속내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면 정말 바보이든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