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1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한 말이다. 이 일로 권 여사는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까지 받았다. 빚을 갚기 위해 빌린 돈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다. 사람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앞뒤가 분명해야하고 사실대로 솔직히 털어 놓아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한 첫 대통령이다. 그는 고향 김해 봉하 마을에서 오리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하천 정화활동도 펼치는 한편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직접 맞이하기도 했다. 노무현 판 귀거래사라고나 할까. 이런 그의 활동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얻으며 봉하마을이 일약 인기 관광지로 부상하는 효과도 누렸다.
퇴임 후 거주를 위해 봉하 마을 사저를 짓는 것에 대해 봉하대, 아방궁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그 정도의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엄청난 채무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상황은 달라진다.
빚이 있으면 빚을 먼저 갚아야지 으리으리한 대저택 짓고 폼 다잡고 산다면 누가 납득할 것인가. 빚을 갚는데서 오는 고통은 자신이 감내해야지 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채무를 갚는다니, 그건 빚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진정 의지가 있다면 한 달에 1천만원 이상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액수만 남기고 모두 빚 갚는데 썼어야 했다. 전직 대통령이 쪼들리고 힘들어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오히려 큰 격려와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문제 해결 노력이야말로 사람들의 진정한 호응을 받아 진실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이런 해결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갔고,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룰 것 같다. 꽃소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마음을 허탈하게 만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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