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식들이 다들 결혼하여 나가 살고 있지만 내가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무렵만 해도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그 무렵 나는 동화 한 편을 쓰고 나면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읽히고는 소감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희들 나름대로 열심히 읽은 후 평가를 내리곤 했는데, 평가란 게 대개 이랬다. 이건 재밌다, 이건 별로다.
나는 재밌다는 작품은 청탁한 신문사나 잡지사에 보냈지만 별로라고 평가가 내려진 작품은 고치거나 휴지통 속에 넣어버렸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은 그 누구의 눈보다도 정확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이들의 눈보다 더 정확한 게 세상에 있을까. 이 얘기를 평론하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화를 낼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이론서보다도 더 정확한 게 어린이의 눈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동화는 한마디로 얘기해서 이야기다. 이야기이니 만큼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가 읽어 줄 것이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라야만 독자들이 사 줄 것이다. 재미없는 동화를 누가 돈을 내고 사갈 것인가.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선생은 문학관에 대해 말해 달라는 독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내 동화는 차라리 그냥 서러운 이야기라고 했으면 좋겠다. 서러운 사람에게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위로가 되고 때론 희망이 되기도 한다. 나는 권정생 선생의 이 말을 그 어떤 이론서보다도 더 좋아하고 존중한다.
왜 내가 이 아침에 이야기를 말하고, ‘재미’를 강조하느냐 하면, 우리는 오늘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 한 편이 개인에게는 부와 명예를, 지역과 나라에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것은 십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야기가 돈이 되다니,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에 대한 좋은 예로 우리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꼽는다. 정부 보조금으로 그날그날 연명하던 롤링이라는 한 이혼녀에 의해 쓰여진 해리포터는 10년 동안 자그마치 308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매년 영국에 6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또 반지의 제왕은 그 무대가 된 뉴질랜드에 약 5천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 파급효과와 2만명이 넘는 고용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좋은 예가 있다. 바로 ‘겨울연가’와 ‘대장금’이란 드라마가 그것이다. 제작비 20억원을 들여 만든 겨울연가는 관광수입만 5천억원 이상을 올렸다. 게다가 매년 6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장금은 겨울연가보다 훨씬 큰 경제효과를 가져온 드라마다. 70억원을 들여 만든 이 드라마는 광고수익만 250억원이었고, 60여 국에 1천100만 달러 어치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쯤 되면 이야기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중년 이상의 어른이라면 어릴 적 할머니나 고모들을 붙잡고 재미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땐 귀찮아하는 기색과 함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다. 나는 동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 이야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일흔이 가까운 내가 젊은 작가들 틈에서 간신히 버티는 것도 동화가 재밌다는 그 하나가 아닌가 한다.
/윤수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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