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은 어린이의 기본권

정원주 협성대학교 아동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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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르면, 어린이가 교통사고 피해자인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어린이의 특성을 간과하여 어른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실제 보상에서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위자료를 어른보다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새 원칙을 제시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보험금은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로 산정된다. 이 판결에서 치료비, 일실수입은 기존 판례에 따라 정했지만 위자료는 통상적인 판결의 2배에 달하는 1억3천500만원으로 책정했다. 더욱이 ‘어린이가 신체장애를 입거나 생명을 잃으면 성인보다 더 오랜 기간 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성인이 이미 누렸을 가족관계, 친구관계, 학교생활의 기쁨을 상실한다는 점에 비춰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침해 정도가 성인보다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일실수입 산정시 사고로 상실되는 어린이의 노동력을 성인의 최소 수준인 일용 노임 기준으로 하기에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을 통해 어린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도를 보고 위자료를 더 받게 되어 잘 되었다는 생각에 앞서 어린이의 기본권을 고려하고, 어린이의 미래 성장성과 잠재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감동을 받았다.

판사는 법을 적용함에 있어 법의 형식논리에 따라 냉정하게 법의 준엄성을 지키느냐, 다소 법의 형식논리에는 벗어나지만 상황에 따라 타당성 있는 판단을 하느냐의 갈등 상황이 봉착되는 경우 자신의 가치관과 양심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하였으며, 판사는 재판하기에 앞서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선서한다.

이 사건은 법조항의 자구 해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 자신이 지닌 가치관과 양심에 비추어 판결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 박수를 보내며 일실수입 계산에서 불리한 것을 위자료로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일실수입의 합리적인 산정방법과 현재 사망자 연령이 20세 이상 60세 미만인 경우와 20세 미만 60세 이상인 경우로만 분류하는 위자료도 좀 더 세분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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