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간 보육시설을 운영하며 보육시설연합회 일을 하다보니 자연히 선진국가의 보육정책이나 보육현장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 간혹 선진국의 보육시설들을 둘러볼 기회라도 생기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보육현장과 비교해 보게 된다.
선진 보육시설들을 둘러보며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 보육시설들의 내적 환경이 그곳의 보육시설보다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경우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교육중심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실내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된 반면, 선진 보육시설의 경우 영유아의 물리적 환경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야외 놀이 위주의 보육프로그램과 생활학습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선진 보육시설들의 외적 환경에 대하여는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선진 시설을 탐방했을 때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방문한 보육시설의 현원수가 정원수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보조금 환수조치에 시설정지 처분 등 담당 행정기관이 맘먹기에 따라선 보육시설 운영이 힘든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는 처분 사유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원장은 태연히 지역 직장여성들의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이며, 당장 보육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반영한 탄력적 정원규정을 적용한 것이라니, 어떤 예외사항 없이 정원규정에 가로막혀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학부모를 애써 외면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보육서비스가 아동복지, 가족복지를 실현하는 공적영역에 걸쳐있어 법적 규제나 기관의 간섭이 불가피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규제의 탄력성이 확보되고, 시설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보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시설운영의 제반 환경들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 간혹 규칙이나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듯한 목적 전치현상을 경험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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