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니 모두가 하나인 것을

지난주 한가한 틈을 타 수리산에 올랐다. 안양 제7경이자 수리산의 명물인 ‘병목안 산림욕장 석탑’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주변의 돌무더기를 병 모양으로 쌓아 만든 자연미과 인공미의 조화가 절묘하다. 누가 쌓았을까? 우리네 키 세네곱 높이의 돌탑 사이를 지나며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길 빌어본다.

가을은 역시 푸르고 맑음 그 자체다. 이 숲속의 공기는 청명함의 몇 배나 될까? 코끝을 스치며 밀려오는 공기가 투명하다. 한걸음 한걸음 여유롭게 오르는 가을산은 그 맛이 다르다. 키다리 나무 사이를 뚫고 따라오는 햇살이 따사롭고 이파리들은 초록의 생기 대신 단풍의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물감을 뿌린 듯 주황과 자주빛으로 물든 단풍 무리를 감상하고 약수로 목도 축이며 한 시간 남짓 관모봉에 올랐다. 온몸 가득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수차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늘 그랬듯이 안양시내 뿐만 아니라 건너편으로 의왕이, 오른편으론 군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관악산과 삼성산 그리고 수리산이 울타리가 되어 이 곳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안쪽의 모락산은 아담한 동산쯤 되어 보인다.

요즈음 3개 시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여론에 생각이 미치니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같은 지역, 같은 생활권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게 이상하다. 오래전부터 같은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같은 동네를 오가는 우리가 아닌가. 학교도 학원도 병원도 백화점도 같은 데를 다니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더더욱 우리가 수리산을 오르며 이런 질문이나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지 않은가. “어디서 오셨어요?”, “안양이요.”, “아, 군포요? 의왕에서 오셨군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하나였다. 등산객들 모두가 이웃사촌이다. 과거 어떤 연유로 인해 나누어졌는지는 몰라도 이 기회에 하나 되어 앞선 미래를 준비해야지 싶다. 수리산도 행정구역상 몇 개 시가 아닌, 하나 된 명품도시의 명산으로 우뚝 서길 원하지 않겠는가.

/김홍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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