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보완대책 현실화해야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의한 무역피해를 보전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시행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TAA에 대한 우리 기업과 지자체들의 관심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무역조정지원제도는 1962년 미국에서 무역자유화정책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후 다자 간 및 양자 간 무역협정 체결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TAA의 포괄범위가 확대되고, 지원기준은 점진적으로 완화되어 왔다.

2009년 2월 5일 미국 의회는 FTA 체결 여파로 서비스업 근로자들과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실직할 경우 실업수당 등과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TAA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미국 TAA의 특징은 지원 여부 결정에서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산 제품 수입 확대로 기업경영환경이 실제로 심각하게 악화되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지원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무역피해 발생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 지원 여부를 결정하며, 생산액 혹은 매출 5% 감소를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현실 고려 안한 무역조정지원제

반면,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고, 지원 내용에 비해 지원 비용이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4월 ‘제조업등의무역조정지원에관한법률’이 제정됨으로써 미국식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시행하게 되었다. 지원 기준은 FTA 체결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주된 원인이 되어 6개월간 매출액(생산량)이 25% 이상 감소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함을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다한 입증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조정지원제도는 2004년 말 무역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산업단체가 미국의 TAA와 유사한 산업구조조정지원제도의 도입을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정부의 ‘FTA추진로드맵’에 따라 추진될 미국, 유럽, 중국 등과의 FTA에서 제조업 구조조정 압력이 가중될 수 있고, 반FTA 분위기 완화를 위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TAA 시행 과정에서 FTA 무역 피해로 25% 매출액이 감소돼야 한다는 지원 기준은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란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2007년 4월 무역조정지원제도 시행 이후 2년 동안 실제 지원 신청을 한 기업은 5개사이며, 이 중 지원 결정을 받은 기업은 4개 기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합리적 개선 시행령 조속히 나와야

정부는 현 TAA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2009년 4월 통과시켰다.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한 심각한 피해의 구체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무역 환경의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을 도모하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도 개선된 시행령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매출액 25% 감소 기준을 기업현실에 맞도록 하향 조정해야 하며, 기업의 TAA 지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TAA 지원 내용에 있어 자금 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피해 기업의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어 구조조정 컨설팅 위주로의 지원 내용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지원 수준을 합리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교육과 연계한 소득 보전이 가능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편 무역조정지원과 관련, 기업의 신청 사실에 대한 기밀이 보장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기관이 무역조정지원을 언론에 홍보하는 등 보안상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신청 기업의 재무 여건이 어렵다면 신청 자체가 알려질 경우 해당 기업은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지원 과정에서 신청 사실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고 있으며, 지원 기업의 승인 없이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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