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일기

어머니의 숨소리는

적막하다

오래 묵어서 발효된

누룩냄새가 난다

길 잃은 들짐승처럼

그 침묵 속으로 기어들어

짧지 않은 세월을 돌려놓는다

그립던 이름들조차

서먹해진 새벽별 아래

동짓달 한풍이

마당을 쓸고 지나는 소리

밤마다

별빛이 저 홀로 부서졌을

어머니의 낮은 창가에

양수처럼 출렁이는 유년의 시간들,

그 마른 시간들을 적시며

다시 거슬러 오르는

역류의 강물소리

그 긴 강물 속으로

오늘

아득한 기억의 닻을 올린다

 

임 애 월

<시인 약력> 제주도 애월(涯月) 출생 /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 경기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사무국장 겸 ‘한국시학’ 주간 / 시집 ‘정박 혹은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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