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귤화위지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薺)나라의 명재상(名宰相) 안자(晏子)에게서 유래된 이 고사는 귤(橘)이 변해서 탱자(枳)가 된다는 뜻으로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동일한 것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초(楚)나라의 영왕(靈王)이 안자에게 초나라에 제나라 출신의 도둑이 많다고 하자 안자는 귤화위지를 언급하면서 제나라에는 도둑이 없는데, 도둑질을 모르는 제나라 사람들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배우는 것은 초나라의 풍토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하여 초나라 영왕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물리적인 국경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해외 곳곳에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생활 환경과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살아가려면 현지에 잘 적응해야 한다. 필자가 전에 근무했던 KOTRA는 세계 70여개국에 해외조직망을 운영하면서 지역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지역 근무를 10여년 한 중국, 유럽, 중남미 등의 지역전문가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그 지역 사람들을 닮아가고 있는지 놀랄 때가 많다.

 

‘만만디’인 국가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만만디가 되어가고,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서 오래 산 직원들은 편법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반면에 유럽처럼 법이 엄격한 사회에 근무한 직원들은 융통성이 부족할 정도로 엄격하게 변해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한국에서 적응하고 살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혹시 귤이 한국에 와서 탱자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기업 환경이 다른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토양이 안맞아 실패하는 기업들도 있다. 경기도에도 많은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있으며 도(道)에서도 이들 기업이 한국의 토양에 잘 뿌리내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외국기업이 우리 토양에서 잘 뿌리내리게 하는데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속의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귤화위지가 아니고 지화위귤(枳化爲橘)이 되는 토양을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민경선 경기중기센터 통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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