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HAM)은 ‘아마추어무선 또는 아마추어무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애칭이다. 필자는 고등학교시절부터 햄 자격을 취득하여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다. 햄은 전쟁영화에서도 보았듯이 한쪽이 전신(모르스)을 타전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답신을 받던 일방적이고 아날로그 통신방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인터넷과 무선전화기가 늘어나면서 햄의 숫자나 활동이 점차 감소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5만여 국내 햄들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강한 프로정신을 갖고 기량향상과 영역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햄은 단순한 취미활동이라는 차원을 넘어 각종 재난으로 통신이 두절된 곳에 직접 장비를 갖고 찾아가 재난사업을 돕고 있다. 한 예로 2005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시 햄들의 재난 구호 활동이 인명구조에 큰 역할을 했으며, 필자도 1998년 경기북부에서 유례없는 큰 홍수가 발생해 통신이 두절됐을 때, 인명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햄들은 얼굴도 모르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심지어 남극과 북극에 이르기까지 다른 햄들과 서로의 우정을 나누면서 자신들의 문화나 정책들을 홍보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민간사절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교신당사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취약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정겨운 이야기를 교환하게 됨으로써 국가간, 민족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건전한 통신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통신의 발달은 인간들에게 편리함을 주었으나, 보이스 피싱, 사이버 범죄, 컴퓨터 중독 등의 폐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전세계 300만 햄들은 항상 우호적이고, 전파의 공공성을 인정하며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근무 신조를 가슴속에 새기며, 오늘 이 순간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전파를 통해 우정과 평화의 탑을 쌓아가고 있다. 통신이 두절된 재난지역에 언제든지 뛰어가 헌신봉사할 마음의 준비를 늘 갖추고 있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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