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의 실체

지난해 정부는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을 제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법률서비스, 세무서비스, 의약서비스 시장에 일반인에 의한 거대자본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하고 그 결과 고용을 창출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자격사 제도는 그 서비스의 전문성과 특수성, 배타성이 강해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많은 피해를 볼 수 있기에 면허제도를 통해 국가에서 서비스의 수준과 방법을 규제해 전문성의 남용과 오용을 차단하고 대신에 면허소지자에게는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한 전문자격사 제도는 국가의 시장 개입을 통한 규제가 용인되고 공공성과 윤리성, 공익성을 근간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사 면허제도가 없다면 시술자에 따라 의료 수준이 달라지므로 시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잘못된 시술이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할 것이다.

 

이러한 전문자격사 제도가 본래의 목적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면허 소지자가 면허행위를 함에 있어서 강압을 받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약사가 아닌 대자본 소유자가 투자해 설립한 영리법인 약국이 있다고 할 때 약국의 약사는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대자본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영리를 추구하는 대자본가가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과잉 투약을 강요할 경우 과감하게 거부하려면 직장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자본가의 강압에 순응하거나 적당히 타협해 고객의 건강을 위한 입장이 아닌 영리 추구의 입장에서 최대한 고객이 주머니를 열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 일각에서 추진하는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은 면허소지자를 거대자본에 종속시킴으로써 독립성을 크게 훼손해 전문자격사 제도를 심하게 왜곡하고 국민 보건 향상에 역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기본 정신과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책 방향을 무시하고 경제적인 시각으로 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기획재정부의 월권행위일 뿐이다.

 

/김현태 경기도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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