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숲은 한꺼번에 일어서고 다시 또 눕습니다
바람의 뼈 속에 더듬이 같은 주파수를 맞추면
관절이 꺾이는 아픔이 보입니다
아픈 만큼 계절이 깊어갑니다
내 마음도 그에게 깊어집니다
더는 슬플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이
숲에서 햇살처럼 맑아진 바람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
산자락 끌고 온 물과 만납니다
흐르는 것 중에 반짝이는 것이 있습니다
초저녁 하늘 거위 눈별이 눈 맞추고
청빈한 마음에도 별빛 하나 둘 반짝 입니다
생각하면 뜨거움만으로 사는 것은 아닌 것
촘촘한 내 생의 잎사귀에 어느덧 단풍이 들고
지금은 온 몸으로 부는 바람 온 몸으로 뜨는 별
낮은 데로 낮은 데로 마음이 모여 모여
먼지 한 줌의 빈손이 되면
목탁새가 무소유로 날아들고
갑자기 사람 사는 마을이 환해집니다
가슴 뛰는 뭉클한 순간입니다
열병을 앓듯 순전히 바람의 아픔이
지상에 꽃을 피웁니다
살아가는 일은 하냥 바람 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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