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2일, 중남미 아이티에서 진도 7.3의 강진이 발생하여 최소 35만명이 사망했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국가의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들은 굶주림과 두려움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티는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하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우리 국민들도 가슴이 메이는 고통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에 소개되는 지진의 참상을 보고 ARS를 누르거나 아이티를 돕는 후원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여유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모든 것을 나누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와 다름없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11월 OECD 개발원조 위원회에 가입함으로써 반세기 만에 남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한 세계 최초, 유일의 국가가 됐다.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에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남의 아픔을 모르는 척하거나 알아도 피해 가라고 자식에게 가르치는 부모는 없다. 이제 나눔 즉, 기부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매일 밥을 먹고 일을 하는 것처럼 생활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뤘더라도 나눔을 실천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변으로부터 존중받기는 힘든 일이다.
아이티의 참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만으로는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없으며 자신에게도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아쉬움만 표현할 뿐이다. 아이티 지진을 계기로 가족이 함께 나눔을 계획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이참에 아이티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아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만들어 보자. 이들에게 매월 2만원의 후원금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말라리아, 에이즈 등 질병을 예방하고 폭력과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빈국의 아이들에게 2만원의 후원금은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배고픔이라는 현실에 짓눌려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지만, 후원은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된다. 후원의 도움으로 배고픔을 벗어난다면, 이들은 선생님이 되고 농장을 운영하고 변호사가 되는, 그들만의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는 후원자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자신의 도움으로 아이가 바르게 성장한다면 자식을 키운 만큼이나 보람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2002년부터 에티오피아의 소녀가장 펠로쿠를 후원하고 있는 친구는 요즘 매일 싱글벙글이다. 펠로쿠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다. 후원의 도움으로 동생 하이야크와 학교를 다니면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이다. 이들 자매가 후원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올 때마다 친구는 설렌다고 한다. 그는 아이를 가슴으로 품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필자의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후원자가 많다. 이들은 후원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로부터 행복을 선물 받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사진을 거울 앞에 붙여두고 아침저녁으로 자식처럼 인사를 나누고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사무실 책상 앞에 걸어두고 그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이 아이를 소개받은 것에 감사해 한다.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내 삶은 자랑스러울 것이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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