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협력사무국, 서울보다 인천

지난해 10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3국간 협력사업을 총괄조정 및 지원하는 상설사무국 설치를 제안했다. 이어 금년 2월1일 북경에서 개최된 한중일 고위급회의에서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협력사무국은 연간 50여 차례 개최되는 정상회의 일정을 조정하고, 환경, 무역, 투자 등 한중일 3국 간 협력업무를 총괄해 나가게 된다.

 

향후 동북아경제통합이 추진되면 한중일 협력사무국은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사무국, 브랏셀의 EU사무국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협력사무국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자관계 국제기구가 될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규모가 큰 한중일은 최근 들어 경제통합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사무국 설치로 경제통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출범 초기에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 시작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협력분야가 많아지고 경제통합 논의가 진행되면 천명 이상의 한중일 공무원과 전문가가 상주하는 기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유치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만3천개의 국제기구가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겨우 27개를 유치하였다. 국제백신연구소(IVI)에는 외국인 60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나머지 기구에는 고작 1∼3명의 외국인뿐이어서 사실상 ‘무늬만’ 국제기구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한중일 협력사무국은 규모나 파급효과면에서 기존 국제기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높은 중요성을 갖는다. 스위스 제네바, 벨기에 브랏셀 같은 국제도시는 국제기구 유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 협력사무국을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는데, 서울보다는 인천이 더 적합한 지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천시 입장에서 보면, 국내 어느 도시보다 지리적 여건, 3국 간 교통인프라 등에서 이점이 많고, 송도, 청라, 영종도에 대규모로 자유경제구역을 개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동북아중심도시로의 발전을 모색해 왔지만, 국제도시로서의 면모에는 한창 모자라는 상황이다.

 

인천이 다른 지역보다 불리한 점은 지정학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나 경상남도 등에 비해 소프트인프라 측면의 국제화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인천시는 최근 정례화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이슈를 정밀분석하고, 국제화와 동북아비지니스중심지 구상에 도움이 되는 정상회의 이슈를 선점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협력사무국을 설치할 경우의 이점도 많겠지만, 중앙정부도 지역발전차원에서 인천과 같은 유망후보지를 검토했어만 했다. 이번 한중일 고위급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우나, 향후 사무국 설치 도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재검토했으면 한다.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및 한중일 협력사무국 개설로 우리나라는 대내외적 위상을 한층 더 제고시킬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게 되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은 중국이나 일본이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우리나라가 제안했고, 우리 실무진들이 중일 간 역학관계를 활용하여 상대국을 설득하여 국내 설치하기로 한 것은 대단한 외교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일본 간 견제심리로 동북아 협력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자못 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제안하면 중국과 일본이 동의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상대국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구조를 고려해서 우리나라는 동북아 지역협력을 조율 및 리드해 나가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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