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식으로 주변이 소란스럽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생에서의 한 단계를 마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뜻 깊은 자리가 되어야 할 졸업식은 이제 뉴스의 단골 메뉴가 됐다. 졸업식 뒤풀이를 한다면서 후배 학생의 교복을 찢고 바다에 빠뜨린 사건, 밀가루, 계란, 케첩, 식초는 이제 고전이 되었고, 재학생과 졸업생 간의 폭력으로 축하의 자리가 아닌 전쟁터가 되었다는 소식은 긴 한숨을 내뱉게 한다. 졸업은 축하받을 일이지만 졸업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고 취업난에 뛰어들어야 하며 여러 행태로 불확실한 미래가 남아 있다.

 

이러한 불안 때문인지 요즘의 졸업문화는 너무나 과격한 소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교복을 강제로 찢어 알몸이 되게 하고 온몸에 식초를 뿌리는 행동이며 속옷만 입혀 바다로 뛰어드는 여학생들의 모습은 참으로 엽기적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이런 범죄 행위를 지켜보고만 있는 어른들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선생님과 어른들이 졸업생들의 원초적인 불안감을 이해하고 이를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졸업식 집단 따돌림 영상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비정상적인 막장 행태가 도마 위에 올라왔지만 며칠 전 참석한 수원의 수성방송통신고등학교의 졸업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30여년을 교직에 머물다 퇴임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졸업식도 그렇지만 송사와 답사가 마음에서 우러난 감사와 축하의 언어들로 녹아 있어 뭉클한 시간이었다.

 

졸업생 대부분이 30~60대의 늦깎이 학생들로 이뤄진 이곳에선 감동의 시간인데 다른 곳에선 왜 그렇게 불편한 것일까? 생각은 입시에 치우친 교육환경이 인성교육을 등한시해서 벌어진 사태이고 자녀수가 적다 보니 과잉보호로 인해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에서 멈춘다. 말로만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지 말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참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지식교육은 결국 우리사회에 커다란 블랙홀로 자리할 것이다. 우리 모두 자녀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심해 봐야 할 것 같다. 좋은 직장이, 많은 돈이, 사회적 지위나 명예 혹은 권력이 우리 자녀들의 행복을 약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 보인다.

 

/조상윤 국제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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