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족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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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가 파파라치 투성이다. 백화점 같은데서 비닐봉지무료제공(봉파라치)·쇠고기원산지허위표시(쇠〃)·담배꽁초투척(꽁〃)·노래방불법(노〃)·의약분업위반(팜〃)·학원비리(학〃) 등 헤아리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60여 가지나 된다. 포상금 규모도 수만원에서 수억대까지 가지 각색이다.

 

공권력이 적발해내야 할 불법을 포상금 걸고 시민 신고를 유도하고 있어 생겨나는 것이 각종 파파라치족이다. 파파라치를 생업삼는 전문가들이 있어 파파라치 기술을 전수하기도 한다. 첨단장비 사용법이나 법망을 피하는 요령 등이다.

 

문제는 사회적 효과다. 파파라치족들이 설치지만 개선되는 기미는 안 보인다. 원래는 시민정신으로 신고돼야 할 일들이다. 개인의 이해관계 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고하는 것이 시민정신이다. 그런데 시민정신은 실종되고 파파라치 세상이다. 파파라치족이 큰 건을 잡으면 상대와 적당히 흥정하는 것으로도 들린다. 파파라치를 유도한 공권력이 악용되는 케이스다.

 

옛날 진시황은 유가의 책을 지니는 것 등 갖가지 사안에 포상을 건 거미줄망 신고제를 시행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 또한 그러했다. 북녘에서는 아버지의 반동사상을 신고하는 아들에게 영웅 칭호를 주었다.

 

파파라치 신고는 물론 진시황이나 히틀러의 신고제와 다르고, 북녘에서 하는 것과도 다르긴 하다. 그러나 돈을 탐낸 신고는 밀고행위다. 불신사회의 원인이 된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을 불신하는 것은 불행한 사회다. 60여 가지나 되는 파파라치 권장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정부는 고민을 해야 된다. 늘어가는 것이 파파라치족이고, 국민의 세금이 이들의 포상금으로 축나면서도 실효가 의심스럽다면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파파라치철이 닥쳤다. 6·2 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선거부정 신고(선파라치)꾼들이 설칠 것이다. ‘받으면 과태료가 수천만원이고, 신고하면 포상금이 수억원’이기 때문이다. 각급 입후보 진영은 포상금을 노려 부정을 유혹하는 파파라치족의 감언에 속지 않기 위해선, 공명선거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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