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 法鼓(법고)

새벽 예불을 알리는 범종소리

 

극락보전 외벽을 찬찬히 쓰다듬는다

 

밤새 비어 있던 세상이

 

팽팽하게 채워진다

 

 

허리 굽혀 합장하던 비구승이

 

양손에 북채를 치켜들더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심장을 신들린 듯 때리고 있다

 

생전에 소처럼 죽도록 일만 하다가

 

몸뚱이는 자식들에게 보시하고

 

겨우 남긴 가죽 한 필마저

 

법고불사에 공양하였다

 

 

휘황한 불빛으로 흥청거리는

 

남한강변 모텔촌 앞으로

 

천상에서 흘러내린 강물이

 

난지도로 향하고 있다

 

소나기 같은 소리들이 쏟아진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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