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앓던 이 빠진 서울이지만…"

"박주영이 해외로 나가니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더군요" FC서울과의 2010 K-리그 시즌 첫 격돌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이 밝힌 솔직한 속내다.

 

차범근 감독은 2일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 넬로 빙가다 감독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라이벌전에서는 항상 골을 넣는 선수가 계속 넣더라"면서 "예전에는 박주영이 골을 많이 넣어 부담스러웠다. 경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느 순간 골을 넣어버려 굉장히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시즌 중반 프랑스리그로 진출한 박주영은 AS모나코 입단 전까지 수원전에서만 5골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박주영은 차 감독이 가장 충격적인 서울전 패배로 꼽는 2007년 3월21일 수원과의 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수원에 1-4 완패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차 감독은 "세뇰 귀네슈 감독이 서울에 부임한 이후 치른 첫 경기에서 1-4로 진 기억이 있는데 그 여파가 상당히 오래갔다"며 패배 후유증이 적지 않았음을 밝혔다.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차 감독은 "박주영이 해외 진출한 것은 잘 된 일이다"면서 "앓던 이가 빠진 거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가장 기분 좋은 서울전 승리로는 1-4 패배를 설욕한 2007년 4월8일 경기로 꼽았다. 당시 수원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역대 최다 관중인 5만5,39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태균의 선제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차 감독은 "가장 많은 팬들을 서울 홈으로 불러놓고 승리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 "앞서 뼈아팠던 기억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던 승리였다"고 말했다.

 

수원-서울의 맞대결은 K리그 최고의 '수도권 라이벌 더비'로, 양팀 경기의 승패는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역대 전적에서는 수원이 23승14무18패로 앞서있지만, 지난해 성적은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올 시즌 새롭게 부임한 빙가다 감독과의 첫 대결을 앞둔 차 감독은 "지칠 줄 모르는 최효진, 공수에 적극적인 현영민, 수비력은 물론 골도 넣을 수 있는 아디를 비롯해 전방의 데얀, 정조국, 이승렬은 조금의 공간이라도 허용하면 골을 넣는, 굉장히 위험한 선수들로 이들을 마크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빙가다 감독 역시 "수원이 치른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 및 정규리그 경기를 봤는데 수원은 잘 정비되어 있는 팀이며, 선수 자원도 많은 팀이다"면서 "특히 주장 조원희가 경기 운영도 잘 하고 잉글랜드에서 뛴 경험도 있어 수원에 좋은 자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외 선수들 역시 수원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인 만큼 모두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수원과 서울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은 4일 오후 3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