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분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한다니까, 좋은 일을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참 묘하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꼭 좋게만 보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선거에 나설 속셈이 있어 선심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제15대 대통령 선거 때 모 정당의 여성부장을 끝으로 정당 생활을 접은지 이미 오래 됐다. 가족들에게 다시는 선거라면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굳은 약속을 했다. 지방의원 같은 선거직을 존중은 하지만 그에 대한 미련은 털끝만큼도 없다. 가족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금껏 몸과 마음을 바쳐온 봉사활동에 흠집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가령 내가 선거에라도 출마하게 되면 “그것 봐라. 역시 선거에 마음이 있어 그동안 선심 급식을 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고, 또 그같은 오해 사는 일을 하고 싶지도 않은 게 내 진심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끔 예비 후보들이 급식소를 찾아와 1일 도우미를 자청하는 경우가 있다. 배고픈 사람이 찾아오면 급식소에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식사를 대접한다. 마찬가지로 도우미 일을 하겠다고 찾아오면 그가 누구든 마다하지 않는다. 예비후보라고 해서 다를리 없다. 급식소는 항상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두고 일부의 오해가 있었다니 인심이 너무 삭막하다. 여당 사람들도 도우미 일을 했고, 야당 사람들도 했다. 도우미를 하겠다는데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엉뚱한 오해를 사 마음고생을 했다. 한길봉사회 수원시지회에서 명칭을 녹색복지회로 바꿔 새출발을 한 것은 지난 2월1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한길봉사회 수원시지회는 중앙회 산하에서 성장했다. 독립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마침 10주년도 돼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회원들의 뜻을 모아 새로운 시작을 했다. 단체명도 녹색성장시대를 맞아 청정의 상징인 녹색으로, 봉사의 순수성을 살리자는 의미에서 녹색복지회로 했다.
문제는 도우미 일을 한 예비후보들이 홈페이지에 한길봉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홍보하면서 불거졌다. 한길봉사회를 그토록 기억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한편 이미 떠난 마당에 중앙회를 대하기가 난처한 상황이 됐다. 물론 순간적인 착각이겠지만, 내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다.
6·2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방 정가가 요동을 친다. 그러나 심판은 결국 유권자들이 한다. 예비후보자들이 급식도우미를 한 것은 그들 입장이지, 본 급식소의 입장은 아니다. 봉사를 정치로 오염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치색에 얼룩진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봉사는 생업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봉사는 직업이지 봉사가 될 수 없다. 봉사는 봉사 그 자체에 의미와 보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사회봉사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경로 무료급식을 선택한 것은 어르신들은 오늘의 우리 사회를 있게해준 전 시대의 역군인데도 가장 약한 사회적 처지에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의 대처가 있어야 밝은 미래를 연다고 믿는다. /이지현 녹색복지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