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 대전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순대, 어묵 등을 사먹고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장상인들이 계시다는 것과 재래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깨끗하지 않은 바닥, 날아다니는 파리 등을 보고 집에 빨리 가자고 조르기만 했다.
나에게는 재래시장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매우 많다. 선친께서 전주 남부시장에서 싸전을 하셨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방과 후에 시장에서 놀다가 아버님께서 사 주시는 음식들을 먹고 시장 옆에 있는 전주천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친께서는 처음에는 남의 가게에서 일을 배우셨고, 몇 년 후에 독립해 싸전을 내셨다. 장사가 잘 돼서 아버님 형제들을 교육시키시고 시집, 장가까지 보내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2001년에서 2003년까지 2년간 판로지원과장으로 근무할 때 1996년에 작고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시장상인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재래시장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재래시장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시장시설 현대화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해 아케이드, 주차장 설치 등을 지원한 것이 큰 보람이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재래시장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1조2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재래시장의 환경이 정비되고 편의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도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불편하고 불친절하다는 점 등 개선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오래되고 낙후돼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재래시장 명칭을 전통과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시장으로 바꾸고, 전통시장과 주변상권을 묶어서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됐다. 전통시장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멈추지 않도록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애로사항을 들어 드리는 한편, 좋은 지원정책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겠다. /최수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