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유연하게 검토하자

외부적 불안요소에 원화 환율 영향

국내외 여건 변화 탄력적 대응 필요

지난 주말 부산에서 폐막된 G20 정상회의의 최대 이슈는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와 은행세 도입 등 금융규제였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안건을 사전조율하는 의미가 큰데, 회원국들의 다양한 입장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국가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출구전략 시행을 언급하는 표현으로 된 부산선언문(코뮤니케)을 남기면서 회의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출구전략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경기부양을 위해 국제공조를 했던 것과 같이 출구전략 역시 국제공조 토대위에서 조화된 모습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고 재정지출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5개월 후 서울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로서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그리스 사태 등과 같이 외부적 불안요소에 우리 원화 환율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천안함 침몰 등과 같은 정치안보적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돈줄을 조일 경우 그나마 살아나던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캐나다, 호주, 인도, 중국까지 부분적이거나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어 국제공조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6월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가 0.25%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한 상태에서 국제공조 주장은 힘을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각국 상황을 고려한 차별화된 방식으로 신뢰성 있고, 성장 친화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가들은 재정구조조정의 속도를 가속화 해야 한다”라고 재무장관들은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기에 경기상승시 물가불안과 거품생성, 재정악화 등을 고려하면 출구전략을 늦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여건이 열악한 국가들이 하나둘씩 기준금리인상, 재정지출 축소 등을 시행하거나 검토하는 상황이고, 얼마전 한국은행 국제회의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이사회(미국 중앙은행) 의장까지 우리나라의 출구전략 도입 필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우리 경제당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직 판단이 이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출구전략은 동아시아에서 먼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은 금년 들어 두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과 홍콩 등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많이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야 해야 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지난 1분기에 8.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헝가리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부산 G20 재무장관회의 폐막직후 기자회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유럽 위기가 출구전략 지연에 기여할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출구전략 국제공조에 대한 미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구전략 시행시 더블딥 우려가 있지만, 다른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국제공조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전세계가 사상 최악의 경기악화를 당면한 시점에서는 경기부양에 대한 국제공조가 가능했지만, 국가별 경제여건이 다른 현 상황에서는 국제공조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 우리 경제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의 정책을 모색해야 하고, 국내외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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