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위기다. 얼마 전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을 포기선언했다. 100조가 넘는 부채와 하루 85억원의 이자를 내야 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 한다. LH가 추진 중인 전국 100개가 넘는 사업을 진단해 사업 취소나 연기를 할 수도 있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LH의 위기는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일개 공기업의 위기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나라 주택·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이며 그 파장 또한 매우 심각하다. 재정난의 직접적 원인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경쟁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에 있다. 당시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이라는 두 공사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먼저 개발계획을 수립한 공기업에 사업권이 주어져 전국 각지에서 개발 경쟁이 이뤄졌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에 있다. 정부는 주택 정책을 서민 주거 안정보다 경기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주택은 거주의 공간보다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훨씬 넘었고 10명 중 4명은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심각한 주택 소유의 편중에도 정부는 공급물량이 적어 집값이 뛴다며 LH에 공공택지, 신도시 개발을 독려, 민간건설사의 택지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게 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도 LH의 몫이 됐고 정치적 배경에 따라 각지에서 산업단지 개발도 우후죽순처럼 진행됐다. 집값이 폭등하고 부동산 광풍(狂風)이 몰아치던 2002~2007년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동산 불패 신화로 다주택자들이 투기 대열을 선도했고 자고 나면 뛰는 집값에 집 없는 사람들도 불안한 마음에 대출을 얻어 집 사는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상 전 국민을 투기 대열로 내몰아 LH의 위기는 감춰졌다.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잔치는 끝났고 LH는 부동산 광풍의 그늘에 갇혔다. 고통을 분담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주택이 거주의 공간이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근원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할 것이다.
/박완기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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