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 글로벌 시대에서는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도구활용능력 등의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이러한 사회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존의 교육과정과는 달리 전인적 성장 도모와 바람직한 진로 직업교육 지원을 통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소위 미래형교육과정을 발표했다. 이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정책방안 중 하나가 바로 대학입시에 있어서 입학사정관제와 더불어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있어 ‘창의적 체험활동’의 도입일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추구하는 목표는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공동체 의식과 세계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목표가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제도적으로 도입된다는 것은 우선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그동안 새로운 교육정책의 시도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부족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제도와 정책이 지니는 순박한 취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현실에서 ‘대학입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떻게 편성, 운영될 것인가를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체험활동의 편성, 운영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창의적 체험활동에 배당된 시간은 학생의 요구, 학교 및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의 재량으로 배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과부의 지침과 현 대학입시제도 하에서 과연 누가 배정된 시간 수를 다 채우겠는가? 과연 학부모들이 이를 수용하겠는가? 또한 창의적 활동의 내용에 대한 지침에서도 역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의 재량으로 관련교과와 연계해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주교과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현재와 같은 수능위주의 입시제도 하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이 영어와 수학 등의 주교과목으로 대체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정책의 목표와 그에 따른 정책과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 제도와 내용은 불가분의 관계다. 여기서 교과부의 창의적 체험활동제도와 청소년 활동의 본래적 의미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즉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인 창조적 인적 자본을 육성하고자 하는 미래형교육과정에 대한 기대, 특히 학교 내 교육과 학교 밖의 활동(예를 들면 청소년 시설에서의 청소년활동)의 연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 밖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졌던 학생들의 활동(예를 들면 취미활동과 동아리활동 등)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내 활동으로 편입되면서, 오히려 활동내용이 제도적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활동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청소년들의 활동에서 포기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발적 참여다. 우리는 자원봉사활동 시수가 학교와 연계되면서 오히려 ‘시간때우기’로 잘못 운영된 것을 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교의 교육과정으로서 운영되는 창의적 체험활동도 자율성보다는 오히려 외부의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또 다른 형태로 대학입시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 순 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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