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경기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희소식이다. 이에 따라 고용여건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년 이후 반복되는 고용쇼크로 인해 고용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과 영세자영업의 몰락이 고용부진을 주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여성고용의 경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육아, 가사문제로 취업을 중단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취업취약계층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들에게 있어 안정적 일자리 확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이들 취업취약계층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공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시장주의로 해결하려 한다. 지난 2007년에는 사회적기업지원법이 제정되어 300여개의 사회적기업이 정부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사회적 기업이 지속적으로 번영해나가기 위해서는 직업훈련부터 마케팅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서 필자는 올 여름 출장을 다녀온 미국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조직(NGO)을 그 좋은 예로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WAGES(Women's Action to Gain Economic Security, 경제적 안정을 위한 여성연대)는 직원 8명에 연간 예산이 7만 달러인데, 전액 민간재단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조달된다. 지난 15년간 여성 200명을 훈련하였으며, 홈클리닝 협동조합(기업)을 4개 창업시켜 현재 90명이 일하고 있다.
WAGES의 일하는 방식은 이러하다. 여성들을 모집, 훈련하여 그룹을 조성하여 조합을 시작하도록 지원한다. 그 다음 일반적인 경영과 마케팅 등에 대해 3년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체계적인 평가작업을 실시한다. 이들의 주요 타겟 그룹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부근의 낮은 임금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라틴계 여성들이다. WAGES는 그린 비즈니스 모델, 즉 그린잡(녹색 일자리)을 추구한다. 이들의 운영목표는 건강한 일자리, 환경친화적 일자리, 좋은 급여, 모든 근로자의 의사결정 참여를 통한 공평한 분배에 있다. 다시 말해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것이다.
WAGES가 말하는 건강한 일자리란 여성들이 지속하기 좋은 일자리를 말한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데는 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가 심한 빌딩청소는 적합하지 않아 가정청소(홈 클리닝)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둘째는 근로자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환경친화적 비독성 물질의 청소제품을 활용하며, 55시간의 그린클리닝 훈련을 실시한다. 셋째 WAGES는 이전의 일자리보다 평균 4달러 더 많은 시간당 13달러의 임금을 보장하는 동시에 전일제 작업과 건강보험을 제공한다. 시간활용은 자유롭지만 하루 8시간은 일해야 한다. 넷째 WAGES는 모든 이윤이 근로자들에게 직접 배당되도록 했다. 이러한 공평한 분배는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과 리더십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한다. 그래서 WAGES는 여성들에게 리더십 훈련을 실시하는데, 이를 통해 일부 훈련생은 환경친화 청소법 강사로도 활동하게 되면서 자존감도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WAGES가 창설한 협동조합은 양질의 서비스로 다른 기업보다 경쟁력이 높다. 이들은 매년 결과보고서를 내는데, 참여여성들의 가구당 소득이 전보다 3배 정도가 늘었다고 하니 놀라울 정도다. 한 여성근로자는 10년간 여기서 일하면서 얻은 소득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낙오되지 않은 점과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이며, ‘WAGES의 모금행사 시 대표와 함께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WAGES와 홈클리닝 협동조합은 자문, 훈련기관과 훈련생의 관계가 아니다. 여성과 그린(환경), 공동체를 생각하는 여성간의 ‘연대’와 ‘혼’이 살아 있는 관계이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정현주 道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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